김오수 검찰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표를 반려하며 “현 상황에 책임이 없으니 임기를 지키고 역할을 다해달라”고 힘을 실어주면서 김 총장 거취는 새 정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차기 윤석열 정부로선 김 총장과의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할 상황이 온 것이다.
앞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김 총장을 면담한 18일 “문 대통령이 김 총장에 대한 신뢰를 표하고 검찰총장은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없으니 임기를 지키고 역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김 총장에게 “검찰총장이 검사들을 대표해 직접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총장이 중심을 잡아야 하고, 그것이 임기제의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총장 임기제까지 강조하며 김 총장 사표를 반려한 것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인 김 총장이 차기 정부에서도 1년 동안 검찰을 이끌어줬으면 하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총장에 대한 기대감도 새어 나온다. 김 총장이 사직서 제출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한 차례 거부당했던 대통령 면담을 성사시킨 뒤, 문 대통령으로부터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강행 처리를 추진하는 민주당을 향한 ‘속도조절’을 암시하는 메시지까지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다.
만약 김 총장이 검찰 조직의 명운이 달린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국면을 잘 해결하면 내부 신망을 넓혀 조직 장악력을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간부는 “어제 대통령 면담 이후 검찰 내부에서는 법안을 막을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는 반응이 있다. 면담 전·후 상황이 달라졌고, 김 총장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만약 김 총장이 법안 추진을 막아내면 총장을 향한 내부 신망이 생길 수밖에 없고, 정치권 등의 사퇴 압박도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총장이 자리를 지킬 경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과의 관계도 관심거리다. ‘불편한 동거’가 시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김 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막아내면 새 정부에서도 특별한 명분 없이 내부 신망을 받는 총장을 사퇴시키지 못할 것이다. 한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에 오르면, 표면적으로 이들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새 정부 첫 검찰 인사를 두고 맞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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