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성희롱 의혹 교수 탄원서에 이름을 올린 것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해당 탄원을 확인해보니 “피해자의 방정치 못한 태도는 해당 교수에게 또 다른 폭력” 등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공격하는 표현이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자가 한국외국어대학교(외대) 교무처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8년 12월 대법원에 ‘한국외대 처장단 일동’ 명의의 탄원서가 제출됐다. 이는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외대 ㄱ교수의 언행을 성희롱으로 판단하고 시정조치를 권고하자 ㄱ교수가 인권위 상대로 권고결정취소 소송을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ㄱ교수는 외대 직원노조가 파업 중이던 2006년 6월26일 노조원들이 학교 관계자들에게 ㄴ교수의 노조원 폭행사건에 관해 항의하자 여성 노조원에게 “가슴 보이니까 닫고 다녀라”고 말했다. 해당 노조원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한겨레>가 26일 입수한 탄원서를 보면 성희롱의 원인을 피해자인 여성 노조원 ㄷ씨 탓으로 돌리는 표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처장단은 “ㄱ교수는 모욕적인 언사와 몸싸움을 하는 노조원을 꾸짖던 중 달려드는 ㄷ씨의 행동과 몸가짐이 민망해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길 가던 여성이 모르는 남성으로부터 옷차림에 대해 꾸짖음을 듣는다면 설사 옷차림이 방정치 못하다 할지라도 분노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정신적, 육체적 폭력을 당하던 교수로서 여성 노조원의 폭언과 방정치 못한 태도는 그 자체로서 ㄱ교수에게 또 다른 폭력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처장단은 피해자의 문제 제기를 노조의 ‘투쟁전략’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들은 “노조 측에서 3개월이 지난 일을 (인권위에 제소하며) 침소봉대하고 나온 것은 성희롱이 사회적 여론을 모을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에 민노총 특유의 파업 전략의 일환으로 제기됐음이 명백하다”며 “이 사건을 둘러싸고 진정한 상처를 입은 사람은 누구일까. 성희롱을 투쟁전략으로 일환으로 간주했던 ㄷ씨일까, 혹은 방정치 못한 품행을 꾸짖다가 어이없는 누명을 쓰게 된 ㄱ교수일까”라고 했다. 이들의 탄원서에도 대법원은 ㄱ교수의 발언을 성희롱으로 본 인권위의 판단에 위법이 없다며 ㄱ교수의 청구를 기각했다.
김 후보자의 탄원서 참여는 과거에도 논란이 됐었다. 2018년 11월21일 외대 사이버관 대강당에서 열린 총장과의 대화에서 성희롱 교수 옹호 탄원서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김 후보자는 “2008년에는 정치언론행정대학원장이었고 2009년부터 교무처장이었다”라고 했다가 바로 “2008년도에는 교무처장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처장단 일동’해서 나갔을 때 일동에 (제가)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면 김 후보자는 2008년 2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외대 서울캠퍼스 교무처장을 맡았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참여한 성희롱 교수 옹호 탄원서. 독자 제공
김 후보자는 외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 3월, 대학노조와 소송하며 법률자문비용으로 12억원가량을 교비에서 지출해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박철 전 외대 총장에 대한 탄원서도 개인명의로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탄원서에서 김 후보자는 그간 교직원이나 학생 징계와 관련된 소송을 교비로 부담해온 것은 관행이었으며, 박 전 총장의 교비 지출 역시 외대 법인 이사회 결정에 따라 수행한 업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총장은 대학사회에 파업이라는 파고가 지나치게 거세어지던 상황 속에서 사회적으로 큰 경종을 울리며 노조 파업을 잠재웠으며 이에 대해 국가적, 사회적, 교육적으로 공로를 인정받았다”며 “외대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자타가 높이 평가하는 박 전 총장에게 법적인 불명예를 안긴다면 모든 사립대학 총장들 또한 그러한 불명예의 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큰 부담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전 총장은 결국 1심에서 업무상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도 원심판결이 확정됐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1심 판결 뒤 소송 중이던 박 전 총장을 명예교수로 임명해 학생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교육부 인사청문준비단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더 살펴 본 뒤 청문회 때 소상히 설명드리겠다”고 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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