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표결 통과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자 검찰은 “참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 검찰에 남은 카드는 위헌소송 정도인데 전망이 밝지 않다. 기댈 데 없는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수사권은 관습헌법’에 해당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대검찰청은 이날 국무회의 의결 뒤 곧바로 입장을 내어 “검수완박 법안의 내용 및 절차상 위헌성, 국민들께 미칠 피해, 국민적 공감대 부재 등을 이유로 재의요구를 건의드렸으나 국무회의에서 그대로 의결됐다. 국회는 물론 정부에서조차 심도 깊은 토론과 숙의 과정을 외면하는 등 법률 개정의 전 과정에서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이 준수되지 않아 참담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단독 처리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중대범죄수사청 관련 논의를 맡게 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도 처리했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검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전국 검사장들도 당장 사표를 내기보다는 권한쟁의심판 등 앞으로 남은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사장들은 이날 오전 대검과 별도로 입장을 내어 “새로운 제도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국민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찾아보겠다. 각 검찰청별로 법안의 문제점을 계속 발굴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직접수사 범위는 법무부 소관 대통령령으로 어느 정도 확대가 가능하다. 법개정에 반대 뜻을 밝혔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검수완박 입법·공포의 문제점과 대책에 대한 의견을 상세히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법개정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검찰이 실제로 위헌소송을 낼 것인지에 관심이 모인다. 대검은 국무회의 의결 뒤 “앞으로 헌법소송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검토하는 등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헌재가 검찰 주장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지금보다 더 큰 수사권 축소 및 제한을 가져왔던 1차 검경 수사권 조정 때는 위헌 주장을 하지 않다가, 수사권 등이 상당부분 유지된 이번 조정을 두고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는 지적이다. 또 검찰의 청구인 자격을 두고 논란이 있고, 더불어민주당의 법안 추진 과정을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많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검사나 검찰을 권한쟁의심판 당사자로 인정하기 어렵다. 설사 청구인 적격이 인정되더라도, 법안 추진 과정의 ‘꼼수’를 지적할 수 있을지언정 위법한 부분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위헌 결정을 위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비통한 심정으로 최후의 수단인 위헌소송에 기대감을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위헌 결정까지 나오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의 수사권이 ‘관습헌법’에 해당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강수산나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2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검찰 수사권은 건국 이래 70년간 지속해 온 것으로 신체의 자유와 관련된 헌법 관행이다. 국민이 그 존재를 인식하고 관행으로 인정할 만큼 충분한 기간 계속되어 왔다. 검사의 수사권은 관습헌법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에서 근거를 찾기 어려워지자 관습법까지 끌어온 셈이다. 2004년 헌재는 ‘서울이 수도인 것은 관습헌법’이라는, 지금도 헌법학계에서 비판 받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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