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10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검찰총장 시절 핵심 참모였던 손준성(48·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검사를 총선 개입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을 위해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둔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공모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쪽에 전달했다는 혐의다. 그러나 공수처는 핵심 의혹인 고발장 작성자와 지시자는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수사정보정책관이 왜 이런 행위를 했는지 규명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피의자로 입건한 윤 당선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도 못 하고 무혐의 처분하며 8개월여에 걸친 수사를 종결했다.
공수처는 4일 고발 사주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손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주임검사인 여운국 차장검사는 이날 오전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이 사건을 “총선 개입”으로 규정했다. 손 검사와 검찰 출신 김웅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이 공모해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열린민주당 후보) 등 범여권 인사 관련 고발장 등을 직접 주고받으며 고발을 사주했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그 이유 중 하나로 “검찰총장과 그의 가족, 검찰 조직에 대한 비난 여론 무마”를 들었다. 고발장에는 윤 당선자와 배우자 김건희씨, 장모,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 등이 명예훼손 피해자로 적시돼 있다.
그러나 공수처는 손 검사가 “고발장을 입수”해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했을 뿐, 이 고발장을 어디서 입수했고 누가 작성했는지 등은 규명하지 못했다. 공수처는 “고발장 작성자로 의심되는 이를 특정할 수 있지 않겠냐는 수준까지 수사했다고 생각했지만 제3자가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윤 당선자를 조사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한 이유에 대해서는 “애초 고발장 작성을 지시했다는 의심으로 고발됐지만,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 수사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공수처는 손 검사가 수사정보라 할 수 있는 고발장 및 <채널에이(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제보자의 실명 판결문을 김 의원에게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 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는 김 의원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지만, 사건 당시 신분이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니어서 검찰로 사건을 이첩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