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이 오는 19~23일로 예정된 해외 출장 일정을 취소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통제 방안 관련 권고를 발표하기로 한 당일(21일)에 경찰 수장이 자리를 비우면 대응이 늦다는 내부 비판을 고려해서다.
경찰청은 17일 오후 5시 경무관 이상 지휘부를 소집해 2시간가량 긴급 대책회의를 마친 뒤 “김 청장이 참석하기로 예정된 인터폴·유로폴 관련 해외 출장은 차장 또는 국가수사본부장이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까지 경찰청은 이미 두 차례 연기한 일정에 청장이 불참한다면 ‘외교적 결례’가 된다고 했지만, 경찰 조직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결국 국내에 남아 행안부 권고 후속 대응을 챙기기로 했다.
최근 며칠간 경찰국 신설 등 행안부의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 일선의 반발은 거세다. 이날 경찰청직장협의회는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경찰의 민주성·중립성·독립성·책임성은 영원불변의 가치입니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반대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박종철 열사가 숨진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 세종 행안부 청사,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일선 경찰들의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전날(16일) 김 청장은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에 “경찰의 민주성, 중립성, 독립성, 책임성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을 향하는 영원불변의 가치”라면서 “결코 직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에 당당한 청장이 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이례적으로 본청 소속의 경정까지 내부망에 “(행안부의) 최종 발표안이 나오고 나서 대응하는 것은 너무나 시기가 늦다”며 “국외출장 일정이 있으시다면 행안부의 최종 입장이 나오고 3~4일 후에야 경찰청 입장을 발표할 수 있는데 그야말로 ‘만시지탄’”이라고 출장을 다시 생각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결국 이날 지휘부 회의 끝에 청장이 출장을 취소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경찰청은 “권고안이 발표되면 경찰청의 입장을 정리하여 발표할 계획이며 이후에도 논의 과정에서 경찰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합당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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