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신설 등을 뼈대로 하는 행정안전부의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 권고안 발표를 하루 앞두고 김창룡 경찰청장이 “자문위 주장은 경찰법 연혁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자문위 논의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경찰청장 자문기구인 경찰청 인권위원회도 “경찰국 신설안은 법치국가 이념에 반하고 중앙정부의 권력을 강화할 뿐”이라고 비판하는 등 경찰 안팎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김 청장은 20일 지휘부 일일회의에서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통제는 경찰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다. 치열한 고민과 논증 끝에 현행 경찰법이 탄생했다”면서 “자문위의 주장은 경찰법 연혁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 이를 많은 국민이 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경찰 지휘부에 당부했다. 1991년 제정된 경찰법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치안본부를 내무부 산하에서 외청(현 경찰청)으로 분리하고, 장관의 치안 사무 권한도 삭제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행안부 자문위의 논의 내용을 두고 민주화 이전인 내무부(현 행안부) 치안본부 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날 경찰청 인권위원회도 행안부 경찰국 신설이 내용적·절차적 법률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이날 의견서를 내고 “정부조직법상 치안 사무가 없는 행안부가 경찰국을 신설하는 일은 법률 실체적 내용에 위반하는 면이 있을 뿐 아니라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하려는 것이)절차적인 면에서도 국회의 입법권을 훼손하는 점에서 민주주의 원칙 및 권력분립 원칙에 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인권위는 시민에 의한 경찰 통제를 강조했다. 인권위는 “경찰권을 견제하고 통제할 필요성이 매우 크지만 정부 권력에 의한 경찰권 통제는 권력을 분산해 인권을 보장하려는 헌법의 정신과 가치를 훼손한다”며 “시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만이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꾀하는 최선의 방안으로서 경찰이 신뢰를 얻으면서 법 집행의 정당성과 적법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경찰개혁은 인권 규범을 존중하고 민주주의·권력분립·법치주의 원칙을 준수하는 헌법상의 내용적·절차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