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왼쪽)이 2022년 5월2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국무위원 임명장을 수여한 뒤 나란히 서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총선 개입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수사를 두달째 깔고 앉아 시간만 보내고 있다. 그동안 검찰 인사를 이유로 수사를 뭉개더니, 정기인사가 모두 끝난 뒤에는 공범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의 1심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처분을 미룰 것이라는 전망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대통령-법무장관-검찰 수사팀’ 직할 체제가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정권 유불리에 따른 수사 속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검찰 정기인사를 마무리하며 윤석열 사단 검사들을 주요 수사부서에 전방위 배치했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새로 부임한 차장검사들에게 지난주 부서별 업무보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주부터 전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 어민 북송 사건, 여성가족부 등의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 개발 의혹 사건 등이 모두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된 상태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는 상황에서 전 정권을 털어 보수 지지층을 재결집시켰던 ‘이명박 정권식 검찰통치’가 재현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고발사주 사건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5월4일 윤 대통령 핵심참모였던 손준성 검사를 총선 개입 혐의로 기소하면서 대검 간부 출신인 김웅 의원을 공범으로 판단했다. 다만 범행 당시 김 의원 신분이 고위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이어서 직접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다. 검찰은 일주일 뒤인 5월11일 김 의원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배당했다. 공수처가 증거 확보와 수사, 법리 판단까지 마친 사안인데도 검찰 수사는 별다른 진척이 없다. 검찰은 정기인사로 수사팀이 바뀔 수 있다는 이유를 댔지만, 전 정권을 수사하는 공공수사2부는 인사와 무관하게 수사 대상을 한껏 넓힌 것과 대조된다.
김 의원 사건을 수사하는 공공수사1부장에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선거수사지원과장으로 일했던 이희동 부장검사를 새로 배치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박기동 3차장검사-이희동 부장검사로 이어지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름이 등장하는 고발사주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한 장관은 최근 인사에서 피고인 신분인 손준성 검사를 검사장 승진을 바라볼 수 있는 보직으로 영전시킨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손 검사 1심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김 의원 처분을 미룰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데 법원이 김 의원과 손 검사의 공범 관계를 인정할 경우 수사 공정성에 치명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10일 “공수처 수사 내용도 있고, 검찰도 어느 정도 기초 수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려운 사건은 아니지만 굳이 속도를 낼 필요도 없다. 손 검사의 재판 결과를 살펴보고 김 의원에 대한 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 상황도 비슷하다. 이 사건 수사·지휘 라인 역시 대표적 윤석열 사단 특수통 검사들이 맡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김 여사를 재판에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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