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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구 끝까지 찾아올 필요 없어…단, 경찰서 엘리베이터 설치 먼저”

등록 2022-07-14 16:58수정 2022-07-14 17:00

전장연 등 서울 혜화경찰서 앞 기자회견
“공공기관 경찰서 장애인편의시설 갖춰야 할 의무 있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14일 오후 지하철 탑승 시위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혜화경찰서로 출석하면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장연은 “혜화경찰서가 엘리베이터,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 화장실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출 때까지 경찰 조사를 거부하겠다”라고 밝히면서 혜화서에 장애인 편의시설 제공을 요구하는 문서를 전달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14일 오후 지하철 탑승 시위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혜화경찰서로 출석하면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장연은 “혜화경찰서가 엘리베이터,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 화장실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출 때까지 경찰 조사를 거부하겠다”라고 밝히면서 혜화서에 장애인 편의시설 제공을 요구하는 문서를 전달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장애인권리예산 등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다”며 조사를 거부했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공공기관인 경찰서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했다.

14일 낮 1시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 활동가 50여명은 서울 혜화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정치인의 역할은 잃고 장애인을 혐오정치의 공격 대상으로 삼았듯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전장연과 활동가들을 흉악범을 다루는 방식으로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 사법처리’하겠다는 것은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이에 대해 다시 한번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공개사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발언 이후 매일 쇄도하는 서울지역의 6개 경찰서(혜화, 종로, 용산, 남대문, 영등포, 수서)와 지방경찰서의 경찰출석 요구에 대하여 ‘지구 끝까지 도망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다만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은 장애인 활동가들은 공공기관인 경찰서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장애인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편의증진법) 위반”이라며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조사받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다시 경찰서를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경찰 조사는 혜화경찰서 1층 로비 한쪽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다 보니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조사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동안 혜화경찰서의 출석 요구를 받아온 장애인 활동가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조사를 받아왔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편의증진법상 혜화경찰서는 공공기관으로,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의무로 설치해야 하지만, 현재 혜화서는 엘리베이터조차 설치되지 않았다”며 “공공기관인 경찰서가 정당한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우리를 불러서 조사할 수 있겠나. (혜화서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을 때 조사받으러 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은 문애린 활동가 또한 “20년 넘게 장애인 권리를 위해 싸워오면서 경찰 조사도 여러 번 받았었다. 조사받을 때마다 경찰서 1층에 있는 민원실에서 자리를 빌려서 꾸역꾸역 조사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경찰서 내에) 장소조차 마련되지 않은 환경을 보면 얼마나 장애인에 대해서 무지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길게는 4시간씩 걸리는 조사를 받다 보면 중간에 쉬기도 하고 화장실도 가야 하지만, 혜화경찰서를 비롯한 서울 지역의 경찰서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마련되지 않았고, 마련됐다 하더라도 공간이 좁아 휠체어가 제대로 들어갈 수 없다. 그러면 경찰의 양해를 구해서 밖으로 나와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건물을 찾아 돌아다녀야 했다. 최소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사법처리를 하려면 그에 합당한 접근권이라도 먼저 해주길 바란다. 그러면 언제든 (경찰서에) 찾아오겠다”고 했다.

전장연은 혜화서를 비롯한 용산서와 영등포서 등 서울지역 6개 경찰서에 대해서도 엘리베이터 설치 여부를 확인한 뒤 경찰 조사에 응한다는 입장이다. 박경석 대표는 “서울 시내 6개 경찰서에서 우리를 부르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때까지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전장연은 지난해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출근길 지하철 시위와 관련해 36건의 사건으로 활동가 26명이 경찰출석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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