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경찰이
채용·입시비리 등을 ‘4대 부패범죄’로 규정하고 기획수사하겠다며 준비한 국회 업무보고를 돌연 폐기했다. 채용·입시 비리 기획수사가 윤석열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딸의 논문 대필 의혹 등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나온 직후다.
17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경찰청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를 하루 앞둔 이날 기존에 제출했던 내용을 일부 수정한 업무보고 자료를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경찰청이 지난 12일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는 △인사·채용 △입시 △기부금 △건설 분야 비리를 4대 부패범죄로 규정하고 기획수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경찰청은 불과 닷새 만인 이날 오전 △금품수수 △재정비리 △권한남용 △불법알선‧청탁을 4대 부패범죄로 전면 수정한 뒤, 새로 만든 업무보고 자료를 국회에 다시 보냈다. 경찰청장 보고를 거쳐 제출되는 국회 업무보고 자료 주요 내용이 바뀌는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지난 16일 <한겨레>는 경찰청의 채용·입시 비리 등 4대 부패범죄 기획수사 업무보고 내용이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한동훈·권성동) 등이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된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경찰청의 갑작스런 국회 업무보고 폐기·수정이 이를 의식한 조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최종 버전이 아니었다. 실무상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일부 의원실은 왜 업무보고 자료가 바뀌게 됐는지 설명자료를 요구했다고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한겨레>에 “업무보고 취합 과정에서 반부패·공공범죄수사과 쪽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가안이 들어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겨레> 보도 뒤 윗선이나 외부에서 기획수사 범주 수정 요구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청이 전날까지도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기획수사 계획 등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단지 ‘실무상 혼선’이라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회 행안위 쪽 관계자는 “경찰청 설명에 따르면, 애초 일정 대로 16일에 업무보고가 진행됐다면 잘못된 업무보고를 했을 것 아니냐”고 했다. 국회 행안위 경찰청 업무보고는 1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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