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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수사권 축소 역행…법무부, 재량권 더 확대

등록 2022-09-01 18:04수정 2022-09-02 18:04

17일간 입법예고 끝 최종안 확정
‘직접 관련성’ 범죄 조항 아예 삭제
구체 기준 없이 일선에 판단 맡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취지를 무시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확대한다는 비판을 받은 법무부 시행령(‘검사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최종 개정안이 확정됐다. 17일에 불과한 입법예고 기간 동안 수사권 확대에 반대하는 여론도 많았지만, 법무부가 선택적 의견 수렴으로 검찰 수사 재량권만 더 넓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1일 차관회의를 열어 입법예고 기간(지난달 12~29일) 동안 접수된 의견을 수렴한 뒤 법무부 시행령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 중 검사 수사개시 대상 범위를 시행령 개정안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검찰청 등에서 제시했다. 법 체계적인 문제 제기 등 일부 의견을 수용했고, 검사 수사개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향후 개정 법령 시행경과 등을 분석한 뒤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도 제시됐다”고 했지만, 이에 대한 검토 등이 있었는지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수사권 확대를 우려하는 각계 의견은 무시하고, 오히려 이번에 반영하지 못한 수사권 확대 의견만 계속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수사권 확대 반대 의견은 어떻게 반영했는지 묻는 <한겨레> 질문에 신동원 법무부 대변인은 “수사개시 대상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이날 확정한 시행령안은 오는 6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날 확정된 시행령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현행 시행령에 있는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조항(시행령 제3조)의 삭제다. 검찰은 개정 검찰청법에 따라 경찰이 송치한 사건 가운데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만 보완수사할 수 있는데, 법무부는 앞서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에서 ‘직접 관련성’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방식으로 검찰 수사 대상을 넓혔다. 그런데 최종 개정안에서는 아예 이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법무부는 검찰청법과 시행령 내용이 서로 맞지 않는 ‘법 체계’ 문제를 이유로 삭제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청법은 ‘직접 관련성’ 요건을 시행령에 위임하지 않고 있는데, 시행령에서는 그 개념을 지나치게 좁게 규정해 신속하게 종결 가능한 사건까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도록 하는 등 수사 지연과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기된 의견을 검토한 뒤 직접 관련성 규정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했다. 대신 수사 실무와 판례에 따라 검찰 자체적으로 직접 관련성 범위를 해석하겠다고 했다. 검찰이 ‘자체 해석’을 통해 ‘직접 관련성’을 폭넓게 해석할 여지가 있어, 오히려 검찰 수사 재량권이 늘어날 수 있다.

일선 수사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검찰 보완수사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시행령을 삭제할 경우, 통일된 기준이 없어 일선의 판단이 각기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접 관련성’이라는 추상적인 범위를 구체화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관련 규정을 삭제한 것이다. 추후 관련 예규나 지침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상당 기간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은 “별건 수사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직접 관련성의 개념을 오로지 검사의 재량에 맡기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법무부 최종안은 검사의 별건 수사와 먼지털이식 수사를 막기 위한 장치인 직접 관련성 규정을 검사가 임의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수사 진행 단계에서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보완수사 등으로 통제받는 경찰과 달리, 검사 수사개시에 대한 통제가 없는 이번 개정안은 개악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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