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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준영 부실수사 혐의’ 경찰, 2심서 무더기 무죄…이유는?

등록 2022-09-06 18:00수정 2022-09-06 22:25

가수 정준영. 연합뉴스
가수 정준영. 연합뉴스

‘가수 정준영 불법 촬영’ 수사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않고 사건을 부실 처리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대폭 줄었다. 1심에서 인정했던 혐의 대부분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재판장 원정숙)는 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씨(57)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1심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5만원과 1만7000원의 추징 명령을 했는데 형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정준영 측 부탁 받고 빠른 송치”…1심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

2016년 8월 정준영의 불법 촬영 혐의 수사를 맡은 ㄱ씨는 ‘정준영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라’는 상급자들의 계속적인 지시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나 포렌식 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채 사건을 접수 20일 만에 송치한 혐의(직무유기)를 받았다. ㄱ씨를 수사한 검찰은 ㄱ씨가 ‘정준영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기다리지 말고 사건을 신속하게 송치해달라’는 취지의 정씨 쪽 부탁에 따라 직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하고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당시 ㄱ씨는 정씨의 변호사와 함께 사설 포렌식 업체에 전화를 걸어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확인서를 작성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업체가 이를 거절하자 ㄱ씨는 대신 정준영씨의 변호사가 작성한 “복구 업체에서 데이터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결과를 접하게 됐습니다”라는 확인서를 덧붙였다. 또 사설 포렌식 업체의 ‘의뢰서 사본’ 중 “데이터는 평균 24시간 안에 복구 완료됩니다”라는 문구를 가린 채 복사·첨부하면서 ‘원본대조필'이라고 날인했다.

항소심 재판부 “식사 전 이미 기소 의견”…상부 ‘신속 처리’ 지시도 고려

1심 재판부는 ㄱ씨의 직무유기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대부분 무죄로 봤다. 해당 사건이 주목도가 높은 유명 연예인의 성범죄 사건이기 때문에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신속한 사건 처리가 필요했고 실제 상부로부터 ‘신속하게 처리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사실을 주요하게 판단했다. 또 ㄱ씨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기 때문에 정씨 쪽 부탁을 들어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무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자료로 기소가 충분하다고 보고 데이터 복구 가능 여부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것보다 신속하게 송치하는 게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ㄱ씨의 주장에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며 “정씨에게 불리한 증거를 의식적으로 포기해 정씨에 유리하게 사건을 처리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송치 이후 정준영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포렌식한 검찰이 해당 사건 관련 동영상과 사진을 찾을 수 없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검찰은 실제 이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변호사로부터 청탁을 받고 식사(가액 1만7667원)를 제공받은 혐의(뇌물수수)도 항소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여기서도 ㄱ씨가 정준영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는 점이 주요한 근거가 쓰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변호사가 ㄱ씨에게 기소의견으로 송치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ㄱ씨는 변호사와 함께 식사하기 전에 이미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고자 수사보고서를 작성해 과장 결재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또 “식사대금의 액수 등에 비춰 사회상규에 따른 의례였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허위공문서 혐의, 일부 유죄…2심 벌금 200만원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도 항소심에서 대부분 무죄로 뒤집혔다. ㄱ씨는 수사보고서에 “변호사는 복구를 맡긴 업체에서 데이터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결과를 접하게 됐다”는 내용을 작성해 관련 혐의로 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변호사가 그런 결과를 접하게 됐다고 ㄱ씨에게 알려준 것을 그대로 기재한 것이므로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원본과 다른 사본을 수사보고서에 첨부하면서 ‘원본대조필’을 기재한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됐다. 원본대조필이라는 기재는 원본과 대조해 봤을 때 사본과 원본이 동일하다는 의미인데 사본과 원본이 다른 부분이 있음에도 ‘원본대조필’이라고 쓴다면 허위공문서 작성죄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ㄱ씨는 포렌식의뢰서 하단이 가려진 상태로 복사된 것인지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만일 이를 대조해봤다면 차이점을 분명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ㄱ씨 주장에 의하면 ㄱ씨는 원본과 대조해 보지도 않고 원본대조필이라고 기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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