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등 가해자와 함께 있어 말로 하는 112 신고가 어려울 때, 휴대전화 숫자 버튼을 ‘똑똑’ 누르면 말 없이 신고할 수 있다.
경찰청은 말로 신고가 어려울 때 112에 전화한 뒤 숫자 버튼을 두번 누르는 것을 위급 상황에서의 신고 방식으로 공식화하는 ‘똑똑’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13일 밝혔다. 버튼 누르는 소리를 들은 경찰은 신고자에게
‘보이는 112’ 서비스로 연결되는 링크를 문자로 보내게 된다. 신고자가 개인정보·위치정보 등 활용 동의를 누르면, 영상 전송과 위치 확인, 일반 인터넷 검색창처럼 꾸며진 화면에서 비밀 채팅을 할 수 있다.
경찰은 데이트폭력이나 아동학대 등 가해자와 함께 있는 피해자가 112에 말로 신고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제일기획과 함께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가정폭력 경찰 신고가 감소한 배경엔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 있어 신고하기 어려웠을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찰청이 집계한 지난해 112 신고로 접수된 가정폭력 사건은 21만8680건으로, 2020년(22만1824건)에 견줘 1.4% 줄었고,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24만439건) 보다 9%나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12에 전화를 걸어 “짜장면 먹고 싶다”며 자신의 위치 등을 알리는 등 피해 신고자의 ‘기지’와 눈치 빠른 112 경찰관의 대응이 미담으로 소비되기도 했다.
경찰은 말없는 112 신고 시스템을 피해자 뿐만 아니라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나 폭행, 음주운전 등 각종 범죄 현장에 있는 목격자들이 노출되지 않고 신고를 하고 싶을 때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올해 12월 시스템이 개정되기 전까지 실시간 위치추적이 힘든 알뜰폰도 이 방법을 이용하면 쉽게 본인의 위치를 경찰에게 알릴 수 있다. 한승일 경찰청 112상황기획계장은 “신고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고자가 주저하지 않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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