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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만리재사진첩] “특검 수사 끝났지만 이제부터 시작”…아버지의 약속

등록 2022-09-14 11:04수정 2022-09-14 11:19

이예람 중사 특검팀, ‘수사 지휘’ 전익수 실장 등 8명 기소
딸의 진실 밝힐 때까지 자르지 않겠다던 아버지의 수염은 아직…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의 하얀 수염 옆에 비행기 모양의 배지가 거꾸로 달려 있다. 그는 거꾸로 가는 군의 실상을 알리고 싶어 딸이 임관할 때 받아왔던 비행기 배지의 머리가 아래로 가도록 달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의 하얀 수염 옆에 비행기 모양의 배지가 거꾸로 달려 있다. 그는 거꾸로 가는 군의 실상을 알리고 싶어 딸이 임관할 때 받아왔던 비행기 배지의 머리가 아래로 가도록 달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13일 오후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뒤 공군 직속상관들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등 8명을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안 특검은 “피해자의 두려움과 고통을 외면하고 설 자리마저 주지 않는 군대 내 그릇된 문화와 낡은 관행이 개선되기를 바란다”며 “이 중사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중사의 유가족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팀의 수사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아버지 이주완씨는 “처음부터 공군이 이렇게 제대로 수사했다면 우리 예람이도 살아있을 것이고 가해자들도 이미 합당한 처벌을 받았을 것입니다”라며 울분을 토했고 “특검 수사는 끝났지만 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그대로 민간법원으로 옮겨 처벌받게 해야 한다.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순정씨는 “유족이 100% 만족하는 결과는 사실은 아닙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100일 동안 수고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라고 마음을 표했다.

이 중사의 억울함을 세상에 드러내 특검으로 밝히기까지 그 동력의 중심에 아버지 이주완씨와 어머니 박순정씨가 있다.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이 중사의 비극이 한 뉴스를 통해 보도됐던 것도, 지난해 9월 군대의 부실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딸의 이름과 사진을 들고 직접 세상에 나선 것도. 추운 겨울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것도. 올해 4월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특검법 통과를 지켜본 것은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한 그 부모였다.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가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특검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가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특검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딸 이예람 중사가 세상을 떠난 뒤 480여일이 지나는 동안 아버지 이주완씨의 하얀 수염은 어느새 그의 가슴팍까지 자랐다. 그의 외투 옷깃에는 이 중사가 임관하면서 공군으로부터 받았던 비행기 모양의 배지가 여전히 거꾸로 달려 있었다. 그는 거꾸로 가는 군의 실상을 알리고 싶어 기수가 아래를 향하도록 달았다고 말했다.

“481일인가 482일째 면도를 안 하고 있어요. 예람이는 아빠가 수염 기르는 거 싫어해 원래는 기르지 않았어요.”

이주완씨의 얼굴을 반 이상 덮고 있는 수염에 대해 묻자 그가 답했다.

“예람이가 부검을 하고 3일 만에 영안실로 들어왔어요. 깨끗하게 화장을 하고 옷도 군복으로 갈아입혀서 식구들한테 보여주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예람이 얼굴에 뽀뽀하면서 내가 이제 네 억울한 거 풀어줄 때까지 수염을 깎지 않겠다 제가 약속을 했어요. 저도 뭔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결의를 다지는 뜻에서 이렇게 한 것이죠.”

특검은 종료됐지만 유족은 아직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이 중사의 부모는 “특검이 거짓 증언으로 묻힌 자료에서 진짜를 골라내 결론을 냈지만 예람이에게는 부족하다”며 “끝까지 군에서 비롯되는 걱정이 없어지는 세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족은 최대한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지켜보고 장례를 치를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버지는 언제쯤 수염을 자른 말끔한 모습으로 딸 앞에 다시 설 수 있을까. 아버지는 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빨리 됐으면 좋겠습니다.”

2021년 6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 모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추모한 뒤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1년 6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 모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추모한 뒤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1년 10월 20일 군인권센터 회원들과 시민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 ‘공군 고 이예람 중사 시민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 중사의 부모가 영정사진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19일 분향소 설치를 금지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처분에 대해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집행정지신청을 인용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21년 10월 20일 군인권센터 회원들과 시민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 ‘공군 고 이예람 중사 시민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 중사의 부모가 영정사진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19일 분향소 설치를 금지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처분에 대해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집행정지신청을 인용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21년 11월 18일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가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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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5일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와 어머니 박순정씨가 ‘국가인권위원회 20주년 기념식’이 열린 서울 중구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입장문을 들고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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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5일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완씨와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착석하자 본회의 전 박병석 국회의장이 방청석으로 올라와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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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0일 고 이예람 중사의 1주기를 하루 앞둔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중사의 빈소에서 이 중사의 부모가 추모객을 맞이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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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13일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왼쪽)씨와 어머니 박순정씨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수사’ 안미영 특별검사와의 면담에 앞서 안 특검에게 전달할 이 중사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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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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