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18일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새로운 CI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민원인 고소장을 분실한 뒤 사건 기록을 위조한 혐의를 받는 윤아무개 전 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윤 전 검사가 사건기록 표지만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는데, 공수처는 윤 전 검사가 분실한 고소장을 다른 고소장으로 대체하고 수사보고서까지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공수처 수사1부(부장 이대환)는 23일 윤 전 검사를 공문서위조 및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윤 전 검사는 부산지검 재직시절인 2015년 12월 고소인이 제출한 고소장을 분실하자 다른 사건 고소장을 수사기록에 편철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고소장 분실 사실을 알게 된 뒤, 사건이 정상적으로 처리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동일한 고소인이 낸 다른 사건의 고소장을 복사한 다음 수사기록에 이를 편철했다는 것이다. 윤 전 검사는 또 검찰 수사관 명의의 수사보고서에 해당 고발인이 ‘반복 민원을 넣는 사람’이라는 취지의 내용을 직접 적어넣은 혐의도 받는다. 공수처는 고소장 위조에 대해선 사문서 위조 혐의를, 수사보고서 위조에는 공문서 위조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검찰은 2018년 10월 이 사건 관련 윤 전 검사가 수사기록 표지를 위조했다고 보고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는데, 공수처 수사에서 추가 혐의가 적용된 것이다. 대법원은 2020년 3월 윤 전 검사의 ‘기록 표지 위조’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를 확정한 바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전 검사는 고소인의 선행사건 고소장을 동일한 고소장인 것처럼 복사하고 허위 보고서를 만들어 처리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게 검찰의 기본 사명인데 고소인을 기망한 행위다”라고 말했다.
한편, 공수처는 이 사건 관련 무마 의혹을 받는 전직 검찰 지휘부 등에 대한 수사는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윤 전 검사는 고소장 위조 사건이 발생한 뒤 2016년 6월 사표를 냈는데, 검찰은 윤 전 검사를 징계하지 않고 사직서를 받아 논란이 일었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윤 전 검사가 금융계 고위 인사의 자녀라 징계를 피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임은정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이 이 사건을 무마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제기했고, 권익위는 같은해 9월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당시 검찰 감찰 내용 등을 보면 윤 전 검사가 강도 높은 감찰을 받은 직후에 사직을 했다. 당사자 조사 등 추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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