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폭력범죄 처벌 형량을 강화한 성폭력처벌법이 2020년 11월부터 시행됐지만 성적 불쾌감을 주는 사진 등을 전송하는 범죄는 급증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휴대전화 등으로 상대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는 ‘음란 콘텐츠’를 보내는 성폭력범죄 피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상한이 되는 벌금을 4배 올리는 등 처벌을 강화했지만 범죄는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2일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경찰청 ‘디지털 성폭력범죄 수사 현황’ 자료(2017년∼2022년 8월)를 보면, 성폭력처벌법의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로 입건된 피의자 수가 크게 늘었다. 입건 피의자는 2017년 1324명에서 2020년 2300명으로 3년 새 74% 늘었다. 그러다 2021년에는 전년 대비 피의자 수 증가율이 117%를 기록했다. 입건된 피의자는 4991명이었다. 올해 1∼8월 입건된 피의자는 2021년보다 37.2% 늘어난 6850명이었다.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는 메시지로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 사진을 보내거나 채팅창에 성적 행위를 연상시키는 글을 남기는 행위 등으로 상대에게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범죄다. ‘음란 콘텐츠’ 전송 범죄의 피의자는 10~30대가 70.1%를 차지했다.
텔레그램 엔(n)번방 성착취 사건 등이 알려지면서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 형량을 강화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2020년 11월20일부터 시행됐다.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 법정형 상한은 ‘징역 2년 이하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서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아졌다.
경찰청은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와 함께 2017년~2022년 8월 일어난 △불법촬영(카메라 등 이용 촬영·배포)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배포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등의 범죄 발생 현황도 공개했다.
이 가운데 10~30대 피의자 비율이 가장 높은 범죄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범죄였다.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검거된 피의자 4540명 가운데 20살 이하(26.9%)와 21∼30살(44.4%), 31∼40살(16.7%) 피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88.0%에 달했다. 다른 범죄의 10~30대 피의자 비율을 보면, 음란 콘텐츠 전송 범죄는 70.1%, 불법촬영 범죄는 73.9%, 성작취물 제작·배포 범죄는 79.9%였다.
입건된 피의자가 가장 많은 범죄는 불법촬영 범죄였다. 2017년~2022년 8월 불법촬영으로 입건된 피의자는 3만1709명이었다. 전체 피의자 가운데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비중이 가장 높은 범죄도 불법촬영 범죄였다. 다른 디지털 성폭력범죄에서 전문직 피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모두 1%대였으나, 불법촬영 범죄는 3.72%였다.
불법촬영 유포·제작 범죄는 발생한 사건보다 입건된 피해자 수가 더 적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경찰이 인지한 사건은 3만3873건인데 입건 피의자는 3만1709명에 그쳤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촬영물 유포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국외 정보기술(IT) 회사들이 가입자 정보 제공에 협조하지 않아 피의자 특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인숙 의원은 “댓글 작성이나 다이렉트 메시지(DM) 전송 등의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이나 영상, 사진을 보내는 행위도 피해자의 일상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범죄”라고 했다. 권 의원은 또 “특히 해외 에스엔에스를 이용한 불법영상물 유포 범죄가 늘고 있으나 해외 플랫폼 운영사의 비협조로 경찰이 피의자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국제공조를 통한 수사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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