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한 뒤 나와 승진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7일 회장직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자신의 형사재판을 받은 뒤 법정을 나서면서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 만들어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박정제)에서 열린 ‘삼성그룹 지배권 부당승계 의혹’ 오전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회장 취임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회장은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습니다.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 만들어보겠습니다. 많은 국민들의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열린 이사회에서 회장 승인 안건을 의결했다. 별도 취임 행사를 열지 않겠다고 밝힌 이 회장은 평소처럼 매주 목요일 열리는 삼성그룹 부당승계 의혹 재판에 출석했다.
이 회장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 피고인 심문에서 “앞으로 삼성그룹 회장이라는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며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 마지막으로 삼성그룹 회장 타이틀을 가진 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이 회장은 ‘삼성그룹’이 아닌 ‘삼성전자’ 회장 자리에 오른 것이긴 하지만, 당시 발언과 다소 배치되는 상황인 셈이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이 자신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법원에서, 삼성전자 회장으로서 일성을 밝힌 점을 두고는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날 법원에서 보여준 모습은) 삼성이 이 사건 재판부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의도는 물론, 재판에서 중형을 면할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읽힌다”며 “이 회장이 연루된 분식회계 사건은 자본시장과 시장경제의 근본을 흔드는 중대 범죄이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 검찰이 재판에 임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느슨해졌다. 이 사건을 맡아서 수사했던 이복현 부장검사가 금융감독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재판 도중에 이재용 회장 승진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했다는 사실은 삼성이 그만큼 재판 결과를 낙관적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고 있는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이 회장은 지난 8월 복권됐지만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고 다시 구속이 될 수도 있다. 재판 리스크가 분명한 사람이 한국에서 가장 큰 회사의 회장직에 올랐다는 점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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