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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영상] ‘거리의 세계’ 갇힌 아이들…그들 곁 ‘어른 친구’, 작공의 13년

등록 2022-11-15 05:00수정 2022-11-15 13:19

[학교 밖 청소년, 검정고시 분투기]
(왼쪽부터) 박정하(38)·장보성(56)·이상준(25) 선생님이 지난 5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왼쪽부터) 박정하(38)·장보성(56)·이상준(25) 선생님이 지난 5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저는 결국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건 어른들이라고 확신하거든요. 그 책임을 아이들한테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꼰대 마인드 말고 ‘정말 너를 알고 싶구나’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보성(56) 선생님이 지난 5일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장보성(56) 선생님이 지난 5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작공’ 대표 장보성(56) 선생님은 11년째 이곳 교사로 활동하며 만난 아이들의 모습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현장에서 본 아이들은 아무리 거칠고 위협적인 존재로 보일지라도 그래 봤자 ‘애’였다. 장 선생님은 “자기를 이해해주는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한데, 그게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그 분노와 슬픔을 그런 방식으로밖에 표출을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불량’ ‘범죄’와 같은 낙인을 찍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지지를 해줘야만 ‘경계’에서 위태로운 아이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 상근 선생님들과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작공을 찾았다고 했다. 2012년 작공에 합류한 장 선생님은 지역사회 활동가들의 요청으로 잠깐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러 왔다가 상근 교사가 됐다. “지금까지 작공에 남게 될 줄은 몰랐어요. 계란프라이 하나만 놓고 밥을 먹어도 아이들과 함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해 하루이틀 계속 찾다 보니 지금까지 이어졌죠.”

2019년부터 작공에서 검정고시 준비를 돕는 이상준(25·상명대 재학) 선생님은 군 전역 후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작공을 찾았다. “막상 와보니 중학교 시절 방황하던 저 자신과 비슷한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동질감을 가지고 아이들이 엇나가지 않고 검정고시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선생님들도 학생들과의 첫 만남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작공에서 1년6개월 넘게 상근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박정하(38) 선생님은 ‘청소년 기관’이라는 얘기만 듣고 ‘잘 모른채’ 지원을 했다. “청소년이라고 하면 학령기의 ‘청소년다운’ 이미지를 생각하잖아요. 막상 와보니 덩치 크고, 문신한 친구들이 앉아 있어 많이 당황했죠.” 올해 2월부터 국어와 도덕을 가르치는 김광옥(25·동국대 재학) 선생님도 반신반의하며 수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학생들이 ‘일진’이라는 생각에 ‘공부할 의욕이 있을까’ ‘나를 존중해줄까’ 싶었어요. 근데 학생들은 절 보자마자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준비한 수업을 잘 소화하더라고요. 결국 제 편견이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상준(25) 선생님이 지난 5일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이상준(25) 선생님이 지난 5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학생들과 오랜 시간 함께한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갇힌 세상’에 사는 것 같다고 했다. 박 선생님은 “작공 학생들은 ‘갇혀있지만 자유로운 아이들’ 같다”고 했다. “생각도 표현도 자유롭지만, 삶의 영역이 너무 명확하고 한 발짝 떼는 걸 주저해요. 어떤 길을 제시해주는 사람보다는 경찰 같은 판단자만 만나게 되니까요.”

그래서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어른 친구’가 되어줬다. 때로는 눈높이에서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로, 때로는 아이들의 보호자로 역할 했다. “‘너 어디니, 일어났니’라고 물으며 일상을 공유하려 했어요. 그리고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삶의 의지를 찾는 모습을 보였던 것 같아요.”(박정하) “작공 교사를 하다 보면 법정에 많이 가게 돼요. 보호자 역할을 하면서 ‘이 아이만의 잘못이 아니다, 누군가 어른이 한 번만 손을 내밀었어도 이 아이가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얘기했어요. 많이도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장보성)

때론 선생님들도 ‘쌍욕’을 하고 ‘포기’도 한다. “아이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않아요. 수업시간에 ‘나 정도 없어도 괜찮겠네’ 싶으면 그냥 일어서서 나가버리죠. 아이들과 싸우면서 언성을 높이고 쌍욕을 할 때도 있었어요. 그냥 참는 수밖에 없어요.”(박정하) “학생들이 없는 경우가 많았어요. 아이들이 늦으면 저도 사람인지라 ‘날 무시하는 건가’라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하죠. 사실 아이들이 집중하지 못할 땐 어느 정도 포기하기도 했어요.”(김광옥)

박정하(38) 선생님이 지난 5일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박정하(38) 선생님이 지난 5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그래도 ‘어른 친구’로서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거리의 세계’를 깨길 바랐다. 장 선생님은 “검정고시를 시작으로 아이들은 구체적인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 이후엔 알바, 자격증 등 선택지가 넓어지고 이전처럼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빠져 살지 않거든요. 아이들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거죠.” 박 선생님도 “자기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수 있는 기회”로 대학 진학을 권유한다고 했다.

2009년부터 13년 동안 선생님들의 헌신으로 운영되어 온 작공은 위기다. 서울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조례’에 따른 지원금으로 운영되는데, 최근 서울시의회는 해당 조례 폐지 방안을, 서울시는 교육청으로 사업을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선생님은 “수백만원에 달하는 임대료와 최저임금 수준의 상근 선생님들 임금도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작공 운영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 왔다. 막막한 심정”이라고 했다. “저희는 보호자가 아니지만 작공은 보호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박 선생님은 작공이 계속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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