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14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에 도착,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태원 참사의 여파로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월드컵 길거리 응원이 전면 취소되면서, 일부 시민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기업이나 일부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실내 단체응원을 찾아 나서고 있다. 안전 관리 강화 조처를 하지 않고 거리 응원만 취소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포츠 경기를 좋아하는 직장인 송아무개(30)씨는 지난 12일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 회원가입을 했다. 이 기업이 일정 금액 이상 의류 등을 구매한 회원에게 오는 24일, 28일, 12월3일에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 한국 경기 예선 단체 응원에 선착순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응원전은 약 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 서초구 ‘한강 서울웨이브’ 안에서 열린다. 송씨는 15일 <한겨레>에 “응모 다음날 앱에서 확인해보니 24일에 있는 우루과이전 응원은 응모 하루 만에 마감돼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다 같이 모여 즐길 일이 없었는데 다 같은 마음으로 즐기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앞선 4일 대한축구협회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거리 응원을 하는 것이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광화문광장‧서울광장 사용허가 신청을 취소했다. 지난 2014년과 2018년 월드컵 때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서 대규모 거리응원전을 열어 온 현대자동차나, 대전·대구·경북·경남 등 다른 지자체도 같은 이유로 길거리 단체응원을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부 공공기관이나 기업은 시민들이 함께 응원을 할 수 있도록 관련 행사나 커뮤니티를 마련하고 있다. 인천관광공사는 지난 4일 ‘시민과 함께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응원전 in 송도컨벤시아’를 개최한다고 공지했다. 약 1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서 월드컵 경기를 같이 보고 선착순 200팀에 치킨을 제공하는데, 공지된 지 사나흘 만에 마감됐다. 네이버는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모이는 것은 아니지만 실시간으로 응원이 가능한 ‘응원톡’ 기능과, 인원 제한 없이 사용자 모두가 응원할 수 있는 ‘월드컵 공식 오픈톡’ 등을 운영해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마련한다.
근본적으로 응원과 추모와 양립할 수 없다는 시각에 물음표를 던지는 의견도 있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장은 “길거리 응원은 축구협회가 주관하게 되면서 진행자와 공연들이 있는 등 기획 행사가 됐다”며 “이렇게 되면 행사 순서에서 충분히 추모의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 스포츠가 제공하는 공간이지만 우리 시대의 아픔과 슬픔을 공유하고 위로받는 연대의 장을 만들 수 있는데, 단순히 ‘놀자판’으로만 보는 시각은 오히려 스포츠를 평가절하하는 시각”이라고 말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협소한 공간이 아니니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면 괜찮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거리 응원을 다시 열자는 시민이나 단체들의 요구가 현재 협회 쪽으로 전달된 것은 없어 거리 응원을 재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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