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인근 도로가 등하교 시간 동안 어린이 안전을 위해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초등학교 3학년 이동원(사망 당시 9살·언북초)군이 지난해 12월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진 지 약 두달이 지났다. 이 사고를 계기로 스쿨존 교통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는 지난 26일 이군의 이름을 따 ‘동원이법’(도로교통법·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스쿨존에서 김민식군이 숨진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 여전히 어린이들을 보호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른바 ‘동원이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에 앞서, 국내 스쿨존의 교통안전을 가로막는 기존 제도의 한계와 현실적인 대안을 짚어봤다.
경기 광주의 도곡초등학교 주변은 늘 아슬아슬한 곳이었다. 정문과 이어진 통학로는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었다. 아이들은 차를 피해 등하교를 해야 했다. 실제로 학교 인근에서 2013년과 2015년 각각 초등학생이 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 1월 보행로가 생기고 펜스가 설치된 뒤 초등학생 교통사고는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30일 학교 인근에서 만난 주민 진병구(60)씨는 “도로가 좁아 출퇴근 시간 차가 많을 때에는 그 사이로 아이들이 지나가기 위험했는데, 보행로가 만들어진 뒤 확실히 안전해졌다”고 말했다. 안정협(54)씨도 “보행로가 없었을 때에는 길에 주정차된 차도 많아 아이들이 비집고 지나갔다. 지금은 그게 싹 사라져서 좋다”고 했다. 광주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보행로를 만들기 전엔 교통안전과 관련한 민원이 많았는데, 보행로가 생긴 뒤로 거의 없다”며 “도심 바깥이라 다행히 보행로를 만들 땅을 확보하기가 수월했다”고 했다.
도곡초 사례처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의 ‘보차분리’(보도와 차도 분리)는 어린이 교통안전 환경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12월2일 서울 강남구 언북초의 이동원군 사망 사건도 보차분리가 되지 않은 좁은 길에서 발생했다. ‘어른’들은 뒤늦게 오는 2월 말까지 이곳에 ‘일방통행로’를 만들고 보도를 설치하기로 했다. 학교 쪽도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아침 8~9시, 오후 1~2시마다 언북초 정·후문 인근으로 차가 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
국회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2의 이동원군’ 사고를 막기 위한 입법에 나섰다. 국회는 스쿨존으로 지정된 도로에는 반드시 보도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이른바 ‘동원이법’(도로교통법·도로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엔 2019년 충남 아산의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군 사건이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킨 뒤, 이듬해 개정돼 시행된 ‘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에 대한 반성도 담겨 있다. 스쿨존에서 운전자의 과실로 사망이나 상해 사고를 발생시켰을 때 가중처벌하는 법이 실제 사고율을 줄이는 데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31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 전국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현황’을 보면, 지난해 스쿨존 어린이 사고율은 2.88%(481건)로 2018년(2.59%, 435건)보다 도리어 증가했다. 민식군 사고를 계기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2020년에는 사고율이 2.86%(483건)로 1년 전과 비교해 0.49%포인트 떨어지긴 했으나, 이듬해 다시 0.26%포인트 오르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부터 등교 일수가 그 전보다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관련 법 개정안이 아이들을 차로부터 보호하지 못한 것이다.
태 의원이 발의한 동원이법 주요 내용에는 이밖에도 스쿨존 교차로에는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 설치 의무화, 스쿨존에 방호 울타리를 우선 설치할 근거, 스쿨존 시설·장비를 점검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스쿨존 안전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내용 등이 담겼다. 모두 어린이들의 보행을 면밀히 감시하거나 운행 중인 차로부터 보호하는 시설물을 강화하기 위한 규정들이다. 허억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는 “법이 통과된 뒤 시행령으로 스쿨존 내 과속방지턱이나 교통안전시설 설치 규정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안에 참여한 이동원군 아버지는 <한겨레>에 “(아이 사고는) 음주운전이 원인이었지만, 주변 스쿨존 환경이 제대로 정비가 안 된 것도 중요한 원인이었다. 이번 입법은 그런 측면에서 (가해자 처벌보다는) 보도 확보나 방호 울타리 등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내용을 최대한 포함하려고 했다”며 “입법 이후에는 스쿨존 환경 개선에 필요한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30일 찾은 경기 광주시 도곡초등학교 인근에 아이들 보행로가 조성돼 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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