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떠나다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 있다. 연합뉴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76)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박근혜 정부 고위인사들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이중민)는 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이 전 비서실장, 현기환 전 정무수석, 현정택 전 정책조정수석,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실장 등은 △특조위 진상규명 국장 임용 절차를 중단하고 △공무원 17명 파견을 중단했으며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 방침에 따르지 않는 이헌 특조위 부위원장의 교체 방안을 검토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특조위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하는 안건을 의결하려 하자 이를 방해하기 위해 이들이 특조위 업무에 대해 방해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이 같은 혐의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특조위 위원장의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조사 등 업무에 관한 권리’가 직권남용죄의 보호대상인 구체적인 권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이 전 실장 등의 직권남용 의혹과 관련해서는 박 전 대통령의 행적조사 채택 움직임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진상규명 국장 임용절차 중단에 관해 보고받거나 지시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실이 이헌 부위원장 직권면직에 대한 검토 의견 등을 담은 문건을 작성한 사실은 확인되지만, 누구로부터 지시받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범국가적 대응 중 하나가 진상규명법의 제정과 특조위의 출범이었다. 그런데 특조위 설립 과정에서 안건 정하는 과정까지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실장은 법정을 나서면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그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이 사건은 검찰이 세월호 특조위 조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 2번째로 기소한 것이다. 이에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2018년 위법한 문서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이 전 실장과 안 전 수석 등을 기소한 바 있다. 이 사건 역시 2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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