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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진흙탕 치닫는 ‘SM 사태’…애꿎은 ‘케이팝’ 유탄 우려

등록 2023-02-18 09:00수정 2023-02-18 10:21

[한겨레S] 이슈
카카오 vs 하이브의 ‘SM 인수전 논란’
“개인 욕심 탓”-“SM 변해야 산다”
내홍 속 폭로전으로 확산돼
엔터업계 전체가 우려 속 주시
초대형 합병 대한 독과점 걱정도
이수만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전 총괄프로듀서가 14일 ‘한국·몽골 경제인 만찬’에서 기조연설 뒤 행사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수만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전 총괄프로듀서가 14일 ‘한국·몽골 경제인 만찬’에서 기조연설 뒤 행사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힘들어도 케이(K)팝의 시작 에스엠(SM)이라는 자부심으로 버텼는데 그 동력을 잃었다.”

“이젠 우리 아티스트 1위 만들어도 그냥 실적 좋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 되는 것이다. 모든 역사와 전통을 부정당했다.”

최근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하이브가 경쟁사인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전에 뛰어든 이후 에스엠 쪽 직원들의 반응이다. 에스엠 내부는 혼돈 상태다. 1995년 설립돼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한류 및 케이팝 열풍을 선도해온 국내 대표 엔터사가 후발 주자한테 ‘먹힌 꼴’이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지난 10일 에스엠 창업자이자 1대 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주식 총 352만3420주(약 4228억원, 14.8%)를 인수하는 계약서를 체결했다. 이로써 하이브는 지난 7일 에스엠 지분 9.05%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선 카카오에 이어 에스엠 1대 주주가 됐다.

폭로전, 진흙탕 싸움 빠진 ‘SM’

에스엠 직원들 가운데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선택에 반대하는 이들한테서는 이 모든 게 “그의 사적인 욕심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을 들을 수 있다.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는 1997년 에스엠과는 별개로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세워 에스엠 아티스트 프로듀싱에 참여해왔다. 에스엠 설립 이후 비상근 등기임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2010년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했다.

그러면서 매년 에스엠의 총매출 중에서 6%를 가져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라이크기획이 에스엠한테 받은 수수료는 2021년 총 240억원으로, 에스엠 연간 영업이익 3분의 1에 달한다. 한 종합콘텐츠 회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순매출 기준도 아니고 총매출에서 6%를 가져가는 건 상식선을 벗어난 것은 맞다.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능력이 업계에서 통할 때는 내부에서도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기 조심스러웠겠지만, 에스엠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내부에서도 명분이 생기면서 ‘라이크기획이 가져가는 수수료’와 ‘이수만 중심의 프로듀싱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에스엠 직원들은 수년 전부터 이수만 당시 총괄프로듀서한테 “에스엠은 변해야 산다”고 촉구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협의’가 잘되지 않았고, 현 경영진이 그와 프로듀싱 계약을 종료하고 사실상 카카오와 손잡겠다는 의미를 담은 ‘비전 3.0’을 발표하며 그를 에스엠에서 배제했다. 이에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가 자신의 지분을 하이브에 넘기면서 에스엠과 카카오로부터 자존심을 지켰다는 것이다.

물론,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와 관계성에 대해 에스엠을 인수한 하이브의 주장은 다르다. 하이브의 박지원 대표는 지난 13일 직원 대상 설명회에서 “이수만 (에스엠 전 총괄프로듀서)의 경영 참여나 프로듀싱 참여는 없다. (이 전 총괄프로듀서가 라이크뮤직을 통해) 수수료도 더는 받아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를 떠나 하이브의 에스엠 인수전은 폭로전 양상으로 흐르며 진흙탕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하이브가 ‘에스엠 지배구조 개선안’을 공개한 지난 16일 이성수 에스엠 공동대표이사는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역외 탈세 의혹 △‘나무 심기’ 등 가사에 특정 단어 반영 요구 논란 △에스파 컴백 연기 배경 등을 폭로하는 영상을 올렸다. 하이브의 에스엠 인수가 전·현직 경영진에 따라 편을 갈라 ‘하이브와 카카오’의 경영권 다툼으로도 번지는 중이다.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에스엠 현 경영진이 “우리는 하이브를 포함한 외부의 모든 적대적 엠앤에이(M&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를 지지하는 쪽인 사내 변호사인 조병규 에스엠 부사장은 “하이브는 우호적 엠앤에이를 진행하는 것이며 대주주의 뜻에 반해 지분을 늘리고자 하는 쪽은 카카오, 그리고 카카오와 손잡은 현 경영진과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라면서 맞섰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도 입장문을 내어 현 경영진과 카카오에 대해 “묵과할 수 없는 배신 행위”라고 날을 세우며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 쪽에 힘을 보탰다.

‘SM 사태’ 어디로 튀나

이 사태를 바라보는 콘텐츠 업계는 만감이 교차한다. 한 케이블방송사 예능 피디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런 잡음이 케이콘텐츠가 전세계에서 각광받는 시대에 균열을 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해외에서 볼 때 자본의 논리로만 따져 돈을 둘러싼 욕심으로 비칠까도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런 내홍을 이제는 산업화된 케이콘텐츠 시장을 체계적으로 바꾸는 긍정적인 진통으로 보기도 한다. 하이브가 에스엠을 인수하는 게 음악적인 색깔에서는 그다지 영향이 없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선 것과, 에스엠 직원들이 카카오는 괜찮다면서도 하이브는 안 된다는 것이 이미 ‘케이팝 시스템의 변화’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케이팝이 이미 세계적 입지를 다진 터라, 외신들도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로이터> 통신은 “하이브의 에스엠 인수가 (전세계) 케이팝 산업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하이브가 경쟁사인 에스엠을 인수하기로 한 데는 케이팝이 하이브로 통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것과 연결된다. 하이브는 이미 위버스라는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 방탄소년단(BTS)을 포함해 레이블 회사에 소속된 가수들의 모든 정보를 올리고 있다. 하이브는 2019년 쏘스뮤직, 2020년 플레디스 등 이전에 인수합병한 중소 기획사에 소속된 가수들의 정보도 위버스에서 제공하고 있다.

에스엠도 ‘리슨’을 만드는 등 음악계는 2~3년 전부터 플랫폼 전쟁을 치러왔다. 한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유튜브를 통해 방탄소년단(BTS)이 성공한 것처럼 케이팝은 전세계에서 통하는 플랫폼이 중요한 시대다. 하이브가 에스엠을 인수하면 소속 가수들도 한 플랫폼에 담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도 정책주간지 <케이공감>에 기고한 글에서 “위버스나 리슨 등 플랫폼들이 주목한 것은 케이팝 아이돌 산업, 나아가서는 현대 음악 산업이 가지는 본질인 ‘팬덤’이다. 케이팝 시대에서 팬들의 활동은 그 자체로 수익 모델이자 독점적인 콘텐츠의 기반이 되며, 앞으로 케이팝의 성패, 나아가 한국 대중음악 산업의 성패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규모의 팬덤을 결집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하이브가 인수합병한 기획사의 독립성을 유지해줄 수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이브에 인수합병된 중소 기획사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방송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르세라핌(쏘스뮤직)과 뉴진스(어도어)가 각기 제 색깔을 내는 것처럼 하이브가 관여하는 정도는 자회사별로 아티스트의 컴백 시기를 맞추는 식의 시스템적인 부분들로 안다”고 말했다. 예컨대, 하이브와 계약해 훈련 중인 연습생이 어도어의 분위기에 맞는다면 그 회사로 보내고, 소속사는 달라도 한 회사에서 데뷔하는 그룹 멤버로 합류하는 식이다.

에스엠 내부에서 “하이브보다는 카카오”를 얘기하는 것도 자존심 문제를 떠나 케이팝 산업에서 함께 도모할 수 있는 게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에스엠 내부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웹소설, 웹툰 등 카카오가 구축해놓은 다양한 플랫폼을 융합한다면 산업적인 측면에서 에스엠의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하이브에 인수되면 독립성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하이브 몸집을 불려주는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케이팝 시장이 특정 회사, 가수에게 좌지우지되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것도 에스엠 현 경영진이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한테 이별을 고할 수 있었던 이유로 업계는 평가한다.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의 새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는 양현석이 관여하고, 와이지 레이블인 더블랙레이블에서 자체적으로 또 다른 걸그룹을 내놓을 계획처럼 같은 회사 안에서도 프로듀싱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엔터계 ‘절대반지’는 어떤 힘 낼까

경쟁했던 두 회사가 한 가족이 되면서 케이팝 시장의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케이팝 시장은 에스엠,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 와이지엔터테인먼트로 나뉘어 회사마다 각각의 음악적 색깔을 갖고 경쟁하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한 회사 중심으로 재편되면 아무리 독립성을 보장해준다고 해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 하이브가 국내에서 행사하는 ‘엔터 권력’의 확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이브는 갈등을 빚는 한 방송사에 소속 가수들을 출연시키지 않았는데, 인수합병된 중소 규모의 또 다른 회사 소속 가수들도 이를 따르고 있다. 한 음악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중소 기획사였지만, 국내 대표적인 에스엠까지 인수하게 되면 안 그래도 몸집이 커진 하이브의 뜻을 거스를 수 있는 회사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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