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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출산율 0.7명대는 옛 동독 수준…결혼해도 안 낳아”

등록 2023-02-25 07:00수정 2023-02-25 22:12

[한겨레S] 인터뷰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15년부터 기혼여성 출산율도 하락세
“출산 초기 남성 출산휴가 한달 줘야”
국내 대표적 인구학자인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양재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국내 대표적 인구학자인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양재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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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독일 통일 직후에 동독의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진 적이 있어요. 당시 동독에서는 기존 국가시스템이 무너지고 실업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던 상황이었거든요. 서독 체제에 바로 적응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연기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0.7명대 출산율은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입니다.”

지난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은 인구 전문가 그룹 내에서도 충격적인 숫자였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를 의미하는 지표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1명 아래로 떨어졌고, 2021년에는 0.81명으로 추락했다. 비교 가능한 국가 가운데 꼴찌라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4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인구소멸 수준의 출산율”이라며 “2015년 무렵 향후 100년간 출산율을 추정하는 시뮬레이션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1.0명 아래의 상황은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배우 출산율(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출산율)도 2015년 이후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혼인과 출산이 강하게 연결돼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제는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아이를 낳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 교수는 국내 대표적 인구학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 22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에서 ’저출산 현황과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최 교수가 몸담고 있는 국제정책대학원 인구정책랩은 24~49살 성인 남녀 2천명에 대한 ‘코로나19 시대, 한국인의 가족 및 결혼 가치관 조사’(2022년 6월)를 벌였는데, 이날 조사결과 일부가 공개됐다. 그는 또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 ‘저출산 심층 원인 및 대책 연구’를 위한 복지부 비공개 내부 포럼에 참여한 바 있으며, 미혼 남녀와 기혼 남성, 미취학 자녀를 둔 기혼 여성, 취학자녀를 둔 기혼 여성 등 11개 그룹별 ‘표적집단 심층면접’(FGI)을 실시하기도 했다.

​ “당분간 반등 어렵다…청년세대 비명소리 귀 기울여야”

―앞으로 전망은 어떤가? 합계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다고 보는가?

“월별 출생아 수를 보면 그해의 합계출산율을 어느 정도 예상한다.(1971년까지 100만명을 유지했던 연간 출생아 수는 2020년 이후 20만명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앞으로도 현재보다 소폭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분간은 출산율 하락세를 멈추기 어려워 보인다.”

―유배우 합계출산율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다는 인식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과거에는 유배우 출산율이 크게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요한 변수가 아니었다. 유배우 출산율은 외려 전반적인 출산율 하락에도 상승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2015년을 정점으로 나타난 합계출산율 하락은 이전과 다르게 기혼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요인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혼인율의 하락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유삼현 한양대 교수(사회학), 계봉오 국민대 교수(사회학)와 함께 통계청 의뢰로 ‘출생 통계 신규 지표 개발 방안 연구’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연구진은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높은 혼인 지속 기간 15년 미만인 기혼 여성을 분석 대상으로 제한해, 혼인 기간에 기반한 유배우 합계출산율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를 보면, 2005~2016년에 1.40~1.60명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패턴을 보여온 유배우 합계출산율이, 2015년 1.50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0년에는 1.13명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기존 합계출산율을 중심으로 한 지표를 보완하기 위해 이러한 연구용역을 맡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유배우 출산율과 같은 지표가 공식 통계로 검토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청년들에 대한 인식 조사를 여러차례 진행했는데.

“결혼과 출산은 대다수 청년에게 절대적 규범이 아닌 선택의 문제다. 자녀를 갖는 것이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결혼 적령기에 대한 조사를 해보니, 스스로 정한 결혼 적령기를 지나면 결혼 의향이 높아지지만, 외부에서 정한 적령기에는 결혼 의지가 오히려 꺾이는 이들이 많았다. 최근 좀 바뀌긴 했는데, 캠페인성 결혼·출산 독려 정책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이유다.”

24~49살 미혼 남녀 834명이 ’결혼 적령기’에 대해 응답한 조사 결과(‘코로나19 시대, 한국인의 가족 및 결혼 가치관 조사’ 중)를 보면, 남성 88.4%와 여성 95.5%가 결혼 적령기에 대한 외부 규범성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외부적으로 정해진 결혼 적령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적령기를 넘긴 여성의 결혼 의향은 적령기 전보다 약 1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심층면접을 해보면,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 같더라. 미래의 일자리나 소득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에 대한 걱정, 환경오염이나 사회범죄에 대한 것까지, 그 이유는 차고 넘친다. 여성들의 경우, 본인의 커리어를 잘 유지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한데, 주변의 조언은 ‘참고 버텨라’라는 식이어서 힘들어하는 것 같다. 이런 이유들이 쌓여서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아이를 갖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훨씬 길어지고 있다.”

―그동안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수많은 저출산 대책에도 별다른 성과를 못 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 정부 대책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지난 정부 중반쯤부터는 저출산 대책뿐 아니라 인구가 감소된 미래 사회에 어떻게 적응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춘 적도 있었다. 저출산이 심각하지만 어떤 정책을 써도 잘 안되더라는 시각이 나오면서, 차라리 지금 구조에 적응하는 정책으로 가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저출산 대책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1990년대 초반 출생아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이렇게 청년 인구가 비교적 많을 때 정책을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 무엇보다 이상자녀 수(평균 2.09명, 국제정책대학원 조사 결과)와 실제 출산율 간의 간극이 너무 크다. 결혼과 출산을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에서 전문가와 청년 당사자 등이 참여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보건복지부가 지난 2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에서 전문가와 청년 당사자 등이 참여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여성의 ‘독박육아’ 깨트리기 정책 시급

―구체적으로 시급한 과제를 하나 꼽는다면?

“아빠들이 출산 초기부터 육아를 함께 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이른바 여성들이 ‘독박육아’에 처하도록 하지 말고, 남성과 여성이 공동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최소한 남성의 유급 출산휴가 한달을 보장해야 한다. 현재는 여성이 아이를 낳으려면 일을 포기할 것이냐, 출산을 포기할 것이냐 선택해야 한다. 어느 한쪽에만 책임이 전가되는 구조에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실제로 위와 같은 가치관 조사에서 ’결혼은 여성에게 손해다’라는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라거나 ‘매우 동의한다’는 응답은 40.9%에 달했지만, ’결혼은 남성에게 손해다’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16.5%에 그쳤다.)

최 교수는 “솔직히 국가 차원에서 정색하고 저출산 문제에 몰입해서 정책을 마련한 적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2000년대 이후 저출산이 계속 심화되던 중에도 인구는 늘고 있었고, 노동력도 아직 풍부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면한 과제라는 인식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2020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된데다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이라며 “출산율 지표 외에 사회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문제들이 점차 생겨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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