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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정의용, ‘법적 근거 없다’ 보고에도 선원 북송”…재판 쟁점될 듯

등록 2023-03-09 15:18수정 2023-03-09 16:20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공동취재사진.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 선원 북송 사건 관련 전 정권 안보라인 인사들을 재판에 넘긴 검찰이 이들 공소장에 북송의 법적인 근거가 없는 점을 보고를 받았음에도 북한 선원들을 북송했다고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송이 가능한 경우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국가안보실 매뉴얼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반면,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은 국민 보호를 위한 판단을 내렸다는 입장이라, 향후 재판에선 북송 판단의 위법성을 두고 검찰과 당사자 사이의 거센 다툼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9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북송 사건 공소장을 보면, 2019년 11월 당시 시행되던 국가안보실 매뉴얼엔 북한 선박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내려올 경우 유관기관의 대응 방침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 이 매뉴얼엔 북한 선박이 △단순 진입한 경우 퇴거 조치 △자력 항해 불가 시 구조조치 뒤 현장 송환 또는 육지 송환 △현지 퇴거 조치 이외의 경우엔 합동정보조사팀이 대공 혐의점 및 귀순 의사 등을 판단해 조사 결과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해당 매뉴얼은 북한이탈주민이 귀순 의사를 밝힌 경우엔 귀순자 처리 절차에 따라 조처를 해야하고, 귀북 의사를 밝힌 경우에만 북송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정 전 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공모해 2019년 11월 동료 16명을 살해한 뒤 북한 선원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위법하게 북송 결정을 내렸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서 전 원장 등이 북한 선원을 나포하기 전부터 북송을 검토했다고 보고 있다. 선원들의 대공혐의점이나 귀순 의사 등의 확인이 이뤄지기 전부터 북송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북한 선원들의 범행 사실을 사전에 첩보로 입수한 서 전 원장은 나포 전날인 2019년 11월1일 김준환 전 국정원 3차장에게 ‘동료들을 살해한 흉악범이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으니 법적으로 북한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지를 검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전 정권 안보라인 인사들이 실무진으로부터 북송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보고받았음에도 북송 결정을 내렸다고 판단했다. 북송 결정은 11월4일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재한 관계자 회의에서 결정된 뒤 이를 정 전 실장이 승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정 전 실장 등은 이 회의 전에 법무비서관실이나 국가위기관리센터 등으로부터 ‘난민법 적용 시 추방할 수 있으나 북한에 난민법 적용 불가’ ‘법적 근거 없이 송환 시 논란 발생 가능성 커서 법률 검토 필요한 상황’ 등의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초청하는 내용의 친서를 보내려던 상황에서, 북한 선원들을 북송해 북한을 존중한다는 뜻을 보여주기 위해 이러한 방침을 정했다고 판단했다.

향후 재판에선 북송의 위법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북한 선원들의 귀순 의사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 이들의 수사와 재판이 이뤄질 수 있는지 등의 쟁점들 또한 재판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실장 쪽은 지난달 2일 검찰 조사 뒤 “당시 정부는 선원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고 우리 사법 절차에 따른 처벌도 사실상 어려우며, 국내에 편입할 경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조기에 퇴거시킨 것”이라며 “북한 주민이 귀순 의사를 형식적으로만 표시해도 무조건, 자동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만 처우해야 한다는 주장은 남북관계의 현실과 이중적 성격을 완전히 무시하는 주장”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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