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법정으로 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루나·테라 코인 폭락 사태’ 핵심 당사자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현지 법원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먼저 재판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싱가포르도 권 대표 신병 확보에 나서면서, 그가 국내 송환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예정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는 권 대표의 변호인이 “권 대표 구금 기간 연장 결정에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23일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들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몬테네그로 검찰은 공문서위조 혐의로 권 대표를 재판에 넘긴 뒤 72시간의 구금 기간 만료를 앞두고 법원에 구금을 연장해달라고 신청했다. 법원은 도주 위험성과 신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해 구금 기간을 30일 연장했다.
몬테네그로 당국이 권 대표에 대한 추방이나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기에 앞서, 여권 위조 혐의를 먼저 적용하면서 그는 현지 법정에 먼저 설 것으로 보인다. 권 대표가 구금 연장 결정에 반발하며 항소 계획을 밝힌 데다, 여권법 위반 혐의 재판까지 이어지면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몬테네그로가 만약 한국이 아닌 미국이나 싱가포르로 권 대표를 넘기면, 국내 송환은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된다. 법무부는 지난 24일 몬테네그로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미국 검찰은 권 대표가 체포되자마자 증권거래법상 사기 및 미등록 증권 판매 등의 혐의로 권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미국 검찰은 권 대표가 테라·루나 사태가 발생하기 1년 전 미국의 한 투자회사와 공모해 이 코인 시세를 조작했다고 본다. 지난 24일 권 대표를 기소한 뉴욕 남부연방지검 공소장을 보면, 권 대표는 2021년 5월께 자신이 만든 코인 테라유에스티(UST) 시세 조종 도움을 받고자 미국 한 투자회사 대표들과 접촉했다. 유에스티는 1달러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그러나 이 설계가 어긋나자 ‘회사1’(Firm-1)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투자회사는 권 대표의 요청에 따라 유에스티 시세를 조작하기 위한 매매 전략을 사용했고, 권 대표는 자신의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코인을 홍보하고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미국 검찰은 밝혔다.
권 대표가 미국에서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되면서 국내에서 관련 법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검찰도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증권으로 보고 권 대표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권 대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미국 검찰이 (암호화폐의) 증권성을 인정해 권 대표를 기소한 것은 국내 법원이 증권성을 판단하는 데에도 도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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