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차관 부실수사’ 경찰관 징계 타당…“국민 신뢰 훼손”

법원 “수사 지휘·감독 소홀”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3월9일 2심 선고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됐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을 부실 처리했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은 경찰 간부가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경찰관 ㄱ씨가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6일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당초 이 전 차관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했지만,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를 ‘형법상 폭행’으로 변경하고 내사 종결했다. 피해자의 처벌불원서가 제출됐고, 택시가 정차 중이었으므로 특가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이 전 차관에게 법정형이 더 낮은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형법상 폭행 혐의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하게 돼 있다. ㄱ씨는 당시 형사팀장으로 이 전 차관의 사건 처리를 지휘했다.

한 달 뒤인 2020년 12월 이 전 차관이 차관직에 임명되고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ㄱ씨는 ‘형사과장, 담당 형사와 사건검토 회의를 열어 판례를 검토해 적법하게 처리했다’는 내용의 대응 보고서를 작성해 상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실제 검토 회의는 없었고, 담당 수사관이 폭행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경찰청은 2021년 11월 ㄱ씨에게 수사 지휘 소홀과 허위 보고에 따른 책임을 물어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후 소청 심사를 거쳐 징계 수위는 감봉 3개월로 감경됐다. ㄱ씨는 정당한 업무 처리였기에 징계 자체가 부당하다며 2022년 4월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은 ㄱ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최초 진술이 번복되고 블랙박스에서 이 사건 관련 영상만 없다는 이례적인 상황을 인지했는데도 사실 확인을 위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수사 지휘·감독이 소홀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것으로 비위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며 ㄱ씨에 대한 징계가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를 없애려 한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관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민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