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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논썰] 정순신, 헌재 결정, 미국 인권보고서…한동훈의 4가지 자승자박

등록 2023-04-01 09:00수정 2023-06-29 16:20

인사검증 실패에도 ‘사과 같지 않은 사과’
헌재 결정에 ‘책임 지고 사퇴해야' 52.2%

[논썰] 정순신, 헌재 결정, 미국 인권보고서…한동훈의 4가지 자승자박. 한겨레TV
[논썰] 정순신, 헌재 결정, 미국 인권보고서…한동훈의 4가지 자승자박. 한겨레TV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전 검사의 아들 학교 폭력 문제에 관한 국회 청문회가 3월3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정 전 검사가 출석하지 않아 4월14일로 연기됐습니다. ‘공황장애 3개월 진단서'와 함께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고 합니다. 정 전 검사가 온갖 법기술을 동원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책임을 덮으려 한 데 대해 국민적 공분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런 문제가 인사 검증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점도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책임을 져야 할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태도가 가관입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치적 책임을 느낀다고,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씀하시는데요, 그게 되게 맞는 얘기면서도 무책임한 얘깁니다. (대통령) 당선된 지 1년이 지났고요. 지금도 시스템을 검증하고 있습니까. 적어도 인사검증의 일차적 책임자로서 국민들께 엄중하게 사과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금까지 구조적 문제이긴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드렸고요.

기동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씀 한 마디 하기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한동훈: 제가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생각합니다.

기동민: 아니, 사과한다는 말씀은 안 하셨죠. 대통령께서 직접 사과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하면, 인사검증 일차 책임자인 법무부 장관께서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국민 여러분께 입장을 설명하는 게 옳다….

한동훈: 제 말씀을 그렇게 듣고 싶으시면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이 시스템에서는 인사검증이라는 업무 자체의 본질상 반복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의 눈높이를 알고 있고요. 여기에 대해서 이게 저희가 걸러내지 못한 결과가 나온 점에 대해서 제가 책임감을 깊이 느끼고, 제가 국민들께 그 점은 사과드립니다. (2023년 3월27일 국회 법사위)
좀 길게 인용을 했는데요. 영상을 보시면 한 장관의 ‘사과 발언’의 뉘앙스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옛다, 사과 받아라’ 하는 느낌이랄까요, 오히려 사과를 받으면서도 모멸감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한 장관은 이렇게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 순순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데 매우 인색합니다. 자신이 강조하는 법치, 공정, 정의와 어긋나는 일을 스스로 저지르면서도 뭐가 문제냐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렇게 추진한 일들이 자승자박으로 돌아오는 일이 종종 생겨나고 있습니다. 최근의 4가지 사례를 짚어보려 합니다.

[논썰] 정순신, 헌재 결정, 미국 인권보고서…한동훈의 4가지 자승자박. 한겨레TV
[논썰] 정순신, 헌재 결정, 미국 인권보고서…한동훈의 4가지 자승자박. 한겨레TV

1. 정순신 인사검증 실패

한 장관은 지난해 6월29일부터 7박9일 동안 미국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중간에 미국 국경일(7월4일 독립기념일)과 주말이 끼어 사흘 동안 공식 일정을 잡지 못하는 이상한 출장이었습니다. 취임 직후 뚜렷한 필요성도 없이 왜 출장을 갔느냐는 의문도 일었습니다. 출장비 공개도 거부했습니다. 당시 한 장관 쪽이 강조한 일정의 하나가 미국에서 인사검증을 수행하는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국(FBI) 방문이었습니다.

당시 법무부에 대규모로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해 인사검증 기능을 가져오는 데 대해 과도한 권한 집중이라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검찰 출신들이 인사검증 라인을 장악해 ‘끼리끼리 부실 검증’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컸습니다. 한 장관의 FBI 방문은 이런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비쳐졌습니다. 실제 한 장관은 국회에서 이런 말도 했습니다.

“외국의 경우 FBI 같은 법 집행기관에서 그걸(인사검증을) 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이번에 대통령실에서 하던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업무를 루틴하고 부서의 통상 업무로 편입시키겠다는 차원에서 법무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이고 그 선택한 합리적 근거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2년 7월28일 국회 법사위)
그러면서 자신의 권한을 늘리는 게 아니라 책임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더 심할 경우에는 (인사검증 실패로) 국민적인 지탄이 커지면 제가 책임을 져야 될, 다른 종류의 책임을 져야 될 상황도 생기지 않겠습니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2년 7월28일 국회 법사위)
그러나 정순신 전 검사 낙마 사태가 터지자 말을 바꿨습니다. 한 장관은 지난 2월28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미국에까지 달려가 FBI를 만나는 등 새로운 인사검증 시스템을 한껏 포장해놓고, 정작 문제가 생기자 시스템이 미비하다고 변명합니다. 무능을 자인한 셈입니다. 그런데도 국민을 향해서는 마지못해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했습니다. 한 나라의 국무위원으로서 책임감과 국민을 존중하는 태도가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논썰] 정순신, 헌재 결정, 미국 인권보고서…한동훈의 4가지 자승자박.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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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검수완박법’ 헌재 소송에서 완패

헌법재판소는 3월23일 지난해 개정된 검찰청법 등 이른바 ‘검수완박법’이 검사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한 장관과 검사 6명이 검찰 수사권 축소에 반발해 국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결국 패소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억지스런 말을 했습니다.

“저희는 장관과 검사의 권한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 청구를 했던 게 아니에요. 뭐냐하면 위법하고 위헌적인 입법이 있었는지 절차와 내용의 위법의 문제인데, 내용에 대해서는 아예 각하해서 판단하지 않았고 절차에 대해서는 입법이 위헌이고 위법이지만 유효하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온 거죠.”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3년 3월27일 국회 법사위)
이 말이야말로 정말 이상합니다. 두 개의 거짓이 숨어있습니다.

우선 “장관과 검사의 권한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 청구를 했던 게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명백한 사실 왜곡입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법무부 장관 및 검사인 청구인들은 (‘검수완박법’으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부여된 검사들의 수사·소추권 및 법무부 장관이 관장하는 검사에 관한 사무 권한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권한침해확인을 구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자신들의 권한을 확인하기 위해 소송을 냈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법학 교수도 이렇게 지적합니다.

“정치적 발언이라면 몰라도 사실 소송법적으로는 성립될 수 없는 주장입니다. 권한쟁의심판이라는 것은 어떤 침해된 권한의 기관만이 주장할 수 있는 것이고.”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3년 3월27일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또 한동훈 장관은 “내용에 대해서는 아예 각하해서 판단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 역시 왜곡입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검사의 수사·기소권이 ‘헌법적 권한’인지 여부였습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검사의 수사·기소권은 헌법상 권한이 아니고, 국회가 법률을 통해 행정부의 어느 기관에든 부여할 수 있다고 분명히 못박았습니다. ‘내용’에 대해 판단이 이뤄진 것입니다.

“중요한 핵심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다 판단이 이뤄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번 헌재 결정이 어떤 판단이 크게 불충분했다 그렇게 보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3년 3월27일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한 장관의 완패인 것입니다. 더구나 ‘각하’ 결정은 소송을 낼 자격을 갖추지 않았는데 소송을 냈다는 뜻입니다. 국회를 상대로 이렇게 무리하게 소송까지 냈다가 패소한 한 장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도 높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3월27~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2.2%가 ‘한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정당한 문제 제기이기 때문에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43.0%였습니다.

[논썰] 정순신, 헌재 결정, 미국 인권보고서…한동훈의 4가지 자승자박. 한겨레TV
[논썰] 정순신, 헌재 결정, 미국 인권보고서…한동훈의 4가지 자승자박. 한겨레TV

그런데도 한 장관은 무리한 소송을 비판하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이렇게 받아쳤습니다.

“저를 사퇴하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지금 만약에 이 결과가 4 대 5가 아니라 5 대 4였으면 이 법 밀어붙이신 민주당 의원님들 다 사퇴하실 생각이었는지 저는 묻고 싶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3년 3월27일 국회 법사위)
이번 헌재 결정은 다수 의견 5명, 반대 의견 4명으로 내려졌지만 헌재 결정은 ‘5 대 4’든 ‘9 대 0’이든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한 장관이 헌재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기는커녕 반대의 가정을 하면서 저렇게 말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적절치 않은 태도입니다.

“장관의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니죠. 국무위원의 답변 하나하나가 정부의 신뢰나 정부의 무게감이 따르는 거거든요. 4 대 5가 아니라 5 대 4면 민주당 의원들이 다 사표 내겠습니까, 그건 애들이나 할 소리지 할 소리가 아니잖아요. 헌재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이 말 한마디면 끝나잖아요. 말대꾸하는 식으로 하는 것은 장관으로서 적절한 자세가 아닙니다.”(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2023년 3월28일 MBC ‘뉴스외전 포커스’)
이번 헌재 결정을 주목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헌재는 이미 검찰의 수사·기소권이 헌법상 독점적 권한이 아니라는 점을 앞선 4차례의 결정을 통해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고, 이번에 헌재가 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심거리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헌재가 같은 결론을 내림으로써 수사·기소권이 검찰의 독점적 권한이 아니라는 사실이 많은 이들에게 상식으로 각인되게 됐습니다. ‘검수완박법’의 정당성이 확인됐을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검찰 개혁 입법의 근거가 탄탄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헌재 결정에 비춰보면, ‘검수완박’이라는 표현 그대로 검찰에 전혀 수사권을 주지 않고 영장청구권만 남겨놓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는 헌재의 판례로 더욱 굳어져 쉽게 변경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 장관으로선 혹 떼려다 혹을 붙인 셈입니다.

[논썰] 정순신, 헌재 결정, 미국 인권보고서…한동훈의 4가지 자승자박.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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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의 지적

지난 3월20일 발표된 미국 국무부의 국가별 인권 보고서는 한국의 인권 상황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문화방송>(MBC)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가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부당한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인권 보고서에는 한동훈 장관과 관련된 내용도 있었습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에서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2019년 11월 말 또는 12월 초 본인과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불법 추적했다”고 말한 데 대해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던 한동훈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보수단체가 고발했고, 검찰이 유 전 이사장을 기소해 지난해 6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이것을 표현의 자유를 해친 사례로 적시한 것입니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처벌이 안 됩니다. 그러나 한 장관은 법정에 증인으로까지 나와 처벌을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유 이사장이 실수를 인정하고 공개 사과까지 했지만 결국 형사처벌을 받은 것입니다.

“유시민씨든 그 누구든 간에 죄가 있으면 법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 민주주의고 법치주의라는 점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2년 1월27일 유시민 전 이사장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며)
한 장관의 이 말은 언뜻 당연한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는 이 말이 맞지 않습니다. 미국 인권 보고서의 한 대목입니다.

“(한국의) 정부와 공인들이 명예훼손을 광범위하게 범죄화하는 법률을 공공의 토론을 제약하고 개인 또는 언론의 표현에 대해 위협을 가하거나 검열하는 수단으로 썼다.”
공직자, 그것도 검찰 간부나 장관 같은 고위 공직자는 그들이 가진 권한만큼 시민들의 감시와 비판을 받아야 한다는 게 민주주의의 원칙입니다. 따라서 공직자에 대한 비판이나 의혹 제기는 설사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도 반론과 토론을 통해 바로잡아야지 형사처벌의 칼을 휘둘러서는 안 됩니다. 미국 국무부도 이런 차원에서 유시민 전 이사장의 형사처벌이 과도하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미국의 이런 시각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깝습니다.

이런 일도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 장관인 메릭 갈런드는 지난해 10월 연방검찰이 언론에 대한 소환, 압수수색, 그밖의 강제적인 민형사상 조처를 원칙적으로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독립적인 언론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언론의 자유, 넓게 보면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게 민주주의의 토대라는 인식을 법무부 장관이 솔선해서 보여준 셈입니다.

반면 한동훈 장관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고 자신의 주거를 침입했다며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를 직접 고소·고발했습니다. 미국 법무부 장관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행보입니다. 한 장관이 고발한 강진구 <시민언론 더탐사> 기자는 두차례나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습니다. 내년도 미국 국무부 인권 보고서에는 이런 사례들도 수록될지 모르겠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논썰] 정순신, 헌재 결정, 미국 인권보고서…한동훈의 4가지 자승자박.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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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윤석열 징계 ‘셀프 소송’

윤석열 대통령과 법무부가 당사자인 희한한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정직 2개월 징계를 당한 데 대해 법무부를 상대로 징계 무효 소송을 냈는데, 1심에서는 ‘징계가 정당하고 최고 면직까지 가능한 중대한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 2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 그 사이 한쪽 당사자인 법무부의 장관이 박범계 장관에서 한동훈 장관으로 바뀌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최측근인 한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모양새가 된 것입니다. 더구나 한 장관도 윤 대통령이 받은 징계의 간접 당사자입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채널에이(A)>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측근인 한 장관에 대한 감찰과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방해했다는 게 징계 사유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2심 재판은 소송의 양쪽 당사자가 사실상 한몸이고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셀프 소송’이라고 할 만합니다.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될 당시부터 이런 모순이 지적됐습니다. 그러자 한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제가 취임하게 되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징계 자체가 대단히 부당하다는 판단은 이미 사회적으로 내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적 판단’이라는 근거 없는 말로 법원의 판결을 깎아내리는 황당한 발언입니다. 징계 무효 소송에 임하는 법무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실제 한 장관이 취임한 뒤 법무부는 1심을 승소로 이끈 변호인들을 모두 해임하고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사로 교체했습니다. 법무부 산하 기관인 법무공단 소속 변호사들이 얼마나 독립적으로 ‘윤 대통령 징계의 정당성’을 변호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최근 <한겨레> 보도를 보면, 2심 소송에서 윤 대통령 쪽은 여러 증인을 신청하는 등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반면 법무부 쪽은 증인 신청도 하지 않고 재판 절차에 대한 의견만 내는 등 실질적 내용에 대한 주장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법무부가 아예 소송에 지려고, 즉 윤 대통령의 징계 이력을 지워주려고 애쓰고 있다는 세간의 시선이 근거없는 게 아닙니다. 이러고도 공정과 정의를 말할 수 있겠습니까.

[논썰] 정순신, 헌재 결정, 미국 인권보고서…한동훈의 4가지 자승자박.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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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클럽’ 특검이 진실 규명 방해한다니

지금까지 살펴본 4가지 사례만 봐도 한동훈 장관의 법치는 법의 포장 아래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기술을 지칭하는 것 같습니다. 법과 원칙을 내세우지만 또 다른 법과 원칙을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그 모순은 교묘한 말로 덮어버립니다.

한 장관은 3월30일 국회 법사위에 ‘50억 클럽 특검법’이 상정되자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된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 ‘50억 클럽’ 의혹이 불거진 지 1년6개월이 지나도록 검찰은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특검법이 상정된 이날에야 의혹의 당사자 중 한명인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이렇게 검찰이 진실 규명의 임무를 방기해왔기 때문에 특검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진 것입니다. 그런데 특검이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된다니, 할 말을 잃게 됩니다.

이런 태도가 당장의 난관을 모면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결국엔 자승자박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한 장관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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