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공무원들이 3월30일 대청호 인근에서 ‘벚꽃이 꺾여도 축제는 개최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대전 동구청 제공
이상기온과 함께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리면서 일부 지역에선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불가피해졌다.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축제로 꼽히는 서울 송파구의 ‘석촌호수 벚꽃축제’도 행사 전날 축제 이름에서 ‘벚꽃’을 빼기도 했다. 대전 동구는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라며 벚꽃 없는 축제를 홍보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현실화 될수록 매년 ‘벚꽃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전 동구 공무원들이 3월30일 대청호 인근에서 ‘벚꽃이 꺾여도 축제는 개최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대전 동구청 제공
5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봄비에 젖은 벚꽃잎이 내려앉은 차창 너머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벚꽃 만발 시기보다 늦게 벚꽃축제를 진행하는 지자체에선 벚꽃 대신 풍성한 볼거리가 있음을 홍보에 나서기도 한다. 대전 동구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 대청호 인근을 찾아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라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대청호 벚꽃축제’가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예정돼있는데, 해당 기간에 사실상 ‘벚꽃 없는 벚꽃축제’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을 찾은 박희조 대전 동구청장은 “설령 벚꽃이 다 떨어져도 우리 축제는 계속된다는 마음으로 이렇게 홍보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 동구청의 ‘유쾌한 홍보’에 누리꾼들은 “대전시 알고보니 유잼도시”, “그냥 하자 벚꽃 없어도 벚꽃축제하는 대전처럼” 등의 반응을 보였다.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다. 연합뉴스.
‘벚꽃없는 벚꽃축제’가 열리는 이유는 이상 고온 등으로 벚꽃의 개화 및 절정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측 결과를 보면 올해 서울에서 벚꽃은 지난달 25일 개화했는데, 이는 1922년 서울 벚꽃 개화 관측에 나선 이래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지자체들은 평년 벚꽃 만개 시기나 민간 기상업체의 벚꽃 개화 예측 시기 등을 토대로 그 해 축제 기간을 선정하는데 이상기온으로 이보다도 벚꽃이 일찍 개화하는 것이다.
벚꽃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건 통계적으로도 나타난다. 기상청 관측 기록을 보면, 2010년대 초반 4월 중순이던 서울의 벚꽃 개화시기는 2010년대 중후반 들어서 4월초로 앞당겨졌다. 2020년 개화시기는 3월27일로 관측 이래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는데, 이듬해엔 이보다도 사흘 앞선 3월24일에 벚꽃이 개화하면서 또 한번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강원지역 곳곳에 비가 내리고 있는 5일 오전 춘천시 공지천 일대에서 시민들이 봄비를 맞으며 꽃구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지역 축제 이름에서 ‘벚꽃’이 사라진 경우도 있다. ‘벚꽃 백리길’로 유명한 군산시의 경우 개화 예측 시기가 어려운 이유 등으로 2010년 전후 벚꽃축제를 폐지했다. 전북 김제시도 2008년부터 진행해 온 ‘모악산 벚꽃축제’를 2014년부터 ‘모악산 축제’로 이름을 변경하기도 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는다면 수십 년 뒤엔 2월에 봄꽃이 개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상청이 지난해 3월 발표한 ‘봄꽃 3종(개나리·진달래·벚꽃) 개화일 전망 분석 결과’를 보면, 현재 수준과 유사하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 21세기 후반엔 대구 지역에선 봄꽃 3종 모두 2월 말에 개화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