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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캠핑장 예약 판 흔드는 매크로…“프로그램 사세요” 홍보도

등록 2023-04-13 11:33수정 2023-04-13 18:31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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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캠핑을 시작한 직장인 김아무개(33)씨는 더는 직접 캠핑장 예약에 나서지 않는다. 예약 개시에 맞춰 인기 많은 캠핑장 예약을 시도했지만, 시작과 동시에 대부분 마감이 이뤄져 번번이 예약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신 캠핑 커뮤니티에 올라온 양도 글을 수시로 확인하며 다른 사람이 취소한 예약을 양도받아 캠핑에 나선다. 김씨는 “서울 근교에 인기 많은 캠핑장은 예약하기 정말 쉽지 않다. 예약이 너무 빨리 마감되는데 매크로 (자동입력) 프로그램 등을 쓰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노동절·어린이날·석가탄신일 등 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캠핑장 예약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매크로를 이용해 예약을 진행하는 ‘꼼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3일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나 유튜브 등을 보면, 매크로를 이용해 캠핑장 예약하는 방법을 소개하거나 매크로를 이용한 캠핑장 예약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글들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한 업체가 지난달 올린 ‘매크로 캠핑장 예약 영상’을 보면, 캠핑장 누리집에서 특정 날짜 예약이 열리기 전부터 프로그램이 예약 시도를 무수히 반복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들이 지난해 올린 또 다른 영상을 보면, 정상적인 방식으로 예약 진행 시 날짜 및 객실 등을 순차적으로 선택하는 과정을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생략할 수 있는 모습도 담겼다. 이 업체는 “각종 예약, 클릭 매크로 등 프로그램 주문 제작을 받는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는 캠핑장 예약 매크로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전자책이 판매되기도 한다. 형법상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손괴 또는 허위의 정보·부정한 명령 등을 입력해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시킨 경우 업무방해로 처벌될 수 있다.

한 업체가 유튜브에 올린 캠핑장 예약 매크로 프로그램 시연 영상. 유튜브 갈무리
한 업체가 유튜브에 올린 캠핑장 예약 매크로 프로그램 시연 영상. 유튜브 갈무리

매크로를 이용한 ‘꼼수 예약’이 캠핑장으로까지 번지자, 캠핑하는 이들 사이에선 불만이 쏟아진다. 회원 수가 9만명이 넘는 한 네이버 캠핑 카페 게시물을 보면, 지난 11일 한 회원은 “(예약) 캠핑장 예약 대행도 나오고 있고 매크로는 계속 나오고 있는데, 요즘 캠핑 예약에서 이런 걸 막을만한 방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매크로로 자리를 구한 다음에 원래보다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람이 나올까 봐 겁이 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카페에 올라온 매크로 예약 관련 글에는 매크로 예약을 두고 “화가 난다”라거나 “(예약한 이들이) 신의 손이라 믿고 부러워했는데 속상하다”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테니스장 누리집에 올라온 안내문. 누리집 갈무리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테니스장 누리집에 올라온 안내문. 누리집 갈무리

캠핑장뿐만 아니라 골프장이나 테니스장 예약 등도 매크로 예약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낸 자료를 보면, 골프장 예약 관련 국민신문고 민원은 2019년 94건에서 2021년 601건으로 6배 이상 늘었다. 민원의 주요 내용은 △누군가가 예약권을 선점해 예약 자체가 불가능 △자동실행프로그램을 이용한 부정 예약 뒤 재판매 △골프장 예약 공정성에 대한 관리·감독 요청 등이었다.

이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골프장 이용권을 부정판매를 막고 처벌하는 ‘매크로 골프 예약 방지법’(체육시설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테니스장도 매크로를 이용한 예약이 논란이 되자 누리집에 “부정한 명령(불법 매크로 사용 등) 및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예약시스템)에 침입할 경우 처벌될 수 있음을 유의해달라”는 안내를 누리집에 올려둔 상태다.

캠핑장 운영 주체들이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예약 방식을 변경한 경우도 있다. 안산도시공사가 운영하는 안산 화랑오토캠핑장은 지난해 1월부터 선착순 방식에서 추첨 방식으로 예약 형태를 바꿨다. 당시 안산도시공사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예약시스템으로 다양한 시민들이 캠핑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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