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기도 고양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중대재해법 위반(산업재해 치사)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회사 측 변호인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1호 판결이 최근 확정됐다.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하지 않아 1심 판결로 끝난 것이다. 이 판결은 하청노동자의 사망 산업재해 사건에서 원청 대표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환영받았지만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도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 선고 사건의 양형을 검찰이 다투지 않은 점을 두고 노동계는 우려를 표한다.
지난 6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경기도 고양의 한 요양병원 공사 현장에서 하청노동자 김아무개(48)씨를 숨지게 한 혐의(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대표이사 정아무개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온유파트너스 법인에는 벌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김씨가 속했던 하청업체 법인과 두 회사의 현장소장들도 모두 유죄를 받았다.
김 판사는 원청 대표에게 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이행 조치 의무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에서 철근(고정앵글) 조립 작업을 하다 5층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는 추락을 방지할 안전난간이나 추락 방호막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판결은 지난 14일 확정됐다. 검찰과 피고인이 항소 기간(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 내 항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쪽은 △피고인과 합의한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았고 △피고인이 혐의를 모두 인정해 '다투지 않는 사건'이었고 △지청 내의 수사·공소심의위원회가 항소 포기 의견을 내 항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항소 포기와 관련해 “이 사건은 (피고인이 혐의를 모두 인정해) ‘다툼이 없는 사건’이기 때문에 쟁점이 없었고, 상급심에서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1호 판결 사건이 유죄가 확정된 것에 의미가 있다”면서 “‘다툼이 있는 사건들’이 상급심의 판단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검찰의 항소 포기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정부와 여당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수위를 낮추려는 상황에서 1호 판결에 대해 양형 부당을 주장하지 않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중대산업재해 사건이 낮은 수위로 처벌될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산업계에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변호사)는 “낮은 형량에서 사건이 끝난다는 신호로 읽힐 우려가 있다”며 “구형량도 적고 항소도 하지 않으니 검찰이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엄중히 처벌 의지가 없다는 생각이 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법학과)는 “산업재해를 처벌하는 기존 법률이 형량이 낮아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는 비판 속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기에 1호 판결은 실형이 선고됐어야 한다”면서 “(검찰의 항소 포기는) 입법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집행유예가 반드시 낮은 형량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산업재해가 또 발생한다면 실형을 살거나 집행유예가 취소되기 때문에,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은 굉장히 불안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서 “집행유예 처벌이 재범을 방지할 담보 장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2호 판결인 한국제강 사건 선고가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다. 2022년 3월 한국제강 공장 내 설비보수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던 60대 노동자가 1.2톤 무게의 방열판에 깔려 숨졌는데, 검찰은 원청인 한국제강 대표에게 예방 책임이 있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실형 가능성이 점쳐진다. 2021년 5월에도 한국철강 사업장에서 40대 노동자가 화물차에 부딪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해, 한국철강 대표는 항소심에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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