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경기 수원시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횡단보도를 건너다 우회전 신호를 위반한 시내버스에 치여 숨진 조은결(8) 군. 사진 KBS 방송 갈무리
지난 10일 경기 수원시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이 우회전 신호를 위반한 시내버스에 치여 숨졌다. 사고 당시 횡단보도 맞은편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부모는 방송에 아이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며, 어른들이 아이들 안전을 보호하는 데 나서줄 것을 수차례 당부했다. 아이의 이름은 조은결,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은결 군의 아버지는 11일 <한국방송>(KBS)과의 인터뷰에서 “사고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아이가) 너무 아파해 보였다. 옷은 완전히 피투성이였다”며 “이젠 안 아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보호구역이고, 하교하는 아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신호를 무시해 내 아이가 (숨졌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0일 경기 수원시 한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차로에서 우회전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시내버스의 모습. 사진 KBS 방송 갈무리
은결 군이 숨진 곳은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교차로 구간이다. 사고 당시 우회전 신호등에는 빨간불이, 보행자 신호등에는 파란불이 켜져 있었음에도 버스 운전자는 신호를 위반해 우회전했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은결 군을 덮쳤다.
경찰은 버스운전자에 대해 ‘민식이법’(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11일 오후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은결 군의 부모가 아이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 사고가 기억됨으로써 더는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간절함 때문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은결 군 아버지는 “민식이법이 있으면 뭐하나. 사건은 계속 터지는데”라며 “진짜 중요한 법이 뭔지를 생각하고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대전에서 배승아(9) 양이 어린이보호구역 내 인도를 걷다 만취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고, 부산에서는 지게차에서 떨어져 비탈길을 굴러 내려온 대형 어망실(물고기잡이용 그물에 들어가는 실뭉치)에 부딪혀 초등학생(10)이 숨지는 등 은결 군까지 합치면 최근 한달 새 3명의 어린이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목숨을 잃었다. 승아 양의 유족도 언론에 승아 양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한 바 있다.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사거리에 전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시내버스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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