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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보증금 못 받을라…“복비·이사비·청소비 지원” 내건 세입자들

등록 2023-05-16 06:00수정 2023-05-17 02:46

전세 거래 주춤에 계약 만기 앞두고 애 태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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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안에 계약시, 복비와 이사비, 입주 청소비까지 모두 지원해드립니다.”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이런 ‘파격 조건’을 내건 당사자는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였다. 인천 남동구 오피스텔 세입자인 직장인 이아무개(32)씨는 지난 2월 내놓은 집을 처음 두 달간 보러오는 사람조차 없자 마음을 졸였다. “인천이 전세로 난린데, 전세 보러 오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시큰둥한 반응만 보이던 공인중개사는 ‘이번 달 안에 계약 성사될 경우 복비를 세 배까지 올려 주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여러 조언을 건넸다.

이씨는 결국 이사비와 새 세입자 복비, 입주청소비까지 모두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아직 계약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제 집을 보러 오겠다는 사람은 간혹 생겼는데,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불안해하며 결국 계약까지는 이어지지 않아 불안해요. 뭘 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깡통 전세와 전세 사기 등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속출하자, 전세 거래량이 주춤하면서 계약 만기를 앞둔 세입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월세 매물 선호 현상에 월세를 올리는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아예 정부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1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건수(계약일 기준)는 4723건으로, 지난해 4월(8212건)보다 42%가량 크게 감소했다. 지난달(6075건)보다도 1352건 감소했고, 15일 기준으로 집계된 이번 달 거래 건수도 1290건에 불과했다.

세입자인 이씨가 ‘다음 세입자 구하기’에 적극 나서는 데는 “집이 안 나가면 재계약을 해라. 아니면 돌려줄 돈이 없다”며 ‘배째라’식으로 나오는 집주인 때문이다. 이씨는 이미 다음 달 새 집 계약금 2000만원을 걸어둔 상황이다. 이씨는 <한겨레>에 “하도 전세보증금을 안 돌려주는 집주인들이 많다 보니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 않냐’라면서 요즘 경기가 너무 어려워서 방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러면서 보증금을 내리지도 않으니 세입자만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셋집이 안 나가 새집 입주를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 강서구 빌라 세입자인 박아무개(36)씨는 “운 좋게 행복주택에 당첨돼 다음 달 입주를 시작해야 하는데, 집주인은 요즘 상황이 힘들어 보증금을 한 푼도 못 내린다고 버티니까 집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일단 계약금이라도 지키기 위해 결국 행복주택 입주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전세 대신 월세 매물을 찾는 손님들이 증가하면서 월세 인상 요구를 받은 세입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임대사업자가 신규 계약을 맺을 때 월세를 5% 이상 올릴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관리비 등 다른 명목으로 웃돈을 받는 식이다. 월세 40만원, 관리비 5만원을 내며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빌라 반지하 원룸에 거주하는 이아무개(27)씨는 “작년 여름에 폭우로 벽지가 다 젖어 곰팡이가 피는 피해를 보아 올해 여름나기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관리비만 두 배 올리겠다고 해서 황당했다”며 “전셋집 가기도 겁나고 월세도 오르면 어딜 가라는 말이냐”라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보증금 떼일 걱정이나 월세를 갑자기 올릴 우려가 없는 정부 제공 임대주택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주택도시공사(LH)가 모집한 ‘전세형 매입임대주택’은 올해 들어 사상 처음으로 두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21년 12월 4.2대1을 기록했던 경쟁률이 지난해 8월 8.4대1까지 오른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14.3대1에 달한 것이다.

대학원생 한아름(24)씨는 “전세사기 걱정 때문에 정부에서 운영하는 임대 매물을 기다리고 있는데, 후순위한테까지 돌아오는 주택의 경우 너무 낙후됐거나 관리가 전혀 안 돼 올해 초에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공고가 뜨면 입주청소비랑 수리비를 들여 열악한 임대주택이라도 입주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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