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를 지낸 예상균(47·사법연수원 30기) 변호사가 공수처에 대해 “수사기관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고 권한 행사에 따른 다른 기관과의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성문(56·사법연수원 29기) 전 부장검사도 공수처를 떠나며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기존 형사사법체계 틀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나 다른 기관을 무시 또는 적대시하는 듯한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 인권수사정책관과 공소부장을 역임한 예상균 변호사(법무법인 케이디에이치)는 학술지 ‘형사정책연구’ 봄호(3월)에 실린 논문 ‘공수처법 운영과정에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열악한 인력구성 △미약한 신분보장 △수사∙기소 대상자 불일치 △직권남용죄 위주 수사 등을 문제점으로 꼽으며, 공수처를 ‘상설특검 모델’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공수처는 처・차장을 포함해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으로 이뤄진 초미니 사정기관”이라며 “서울중앙지검과 비교하면 반부패수사부 3개를 합친 것보다는 적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수사·공판이 아닌 기획·행정 등 다른 수사 보조업무들에 상당수 인력이 배치돼 수사 역량 저하는 필연적”이라며 “지금의 인적 구성으로는 수사에 전념할 수 없”고 “결원이 발생하면 업무가 사실상 마비”될 정도라고 밝혔다.
또 ‘선별입건제도’가 시행 1년 만에 정치적 편파성 논란으로 폐지되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진단했다. 예 변호사는 “(선별입건제도는) 무분별한 고소・고발로부터 수사대상자에 대한 인권을 보호하는 한편 공수처의 신중한 수사 개시를 위한 제도”였다고 평가한 뒤 이 제도 폐지로 부족한 인력이 접수된 모든 사건, 고위공직자 수사 전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임기제와 연임 횟수 제한이 공수처의 진입장벽이 된다고도 말했다. 공수처 검사의 자격은 7년 이상 경력 변호사이며, 임기는 3년이고 3회에 걸쳐 연임할 수 있다. 예 변호사는 “경력을 가진 법조인이 3년의 기간 동안 열정적으로 일하고 공수처를 떠날 것을 예정한다면 이는 소위 ‘스펙 쌓기’용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편향되거나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수사만 하려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 수사 환경과 관련해서는 수사·기소 대상자의 불일치를 개선과제로 꼽았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에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권한을 줬지만, 기소는 판검사만 가능하도록 했다. 판검사가 아닌 고위공직자는 공수처가 수사를 끝내고 수사자료를 검찰에 보내 기소하도록 한다. 따라서 ‘고발사주 의혹’ 사건처럼 공수처는 기소(손준성 검사)했지만, 검찰은 불기소(김웅 국민의힘 의원)하는 불일치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예 변호사는 “공수처와 검찰 간의 형사사법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누적되면 국민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가 수사하는 사건이 대부분 ‘직권남용’에 집중된 점도 문제다. 직권남용 수사가 공무원 조직에 대한 ‘간섭’으로 여겨지거나 결과적으로 정치권에 예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예 변호사는 “수사 대상 범죄를 다양화하지 않는 이상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대안으로는 상설특검 모델로서의 공수처 운영을 제시했다. 예 변호사는 “공수처의 인력·조직 구성을 보면 독자 수사보다 검·경과 협조하라는 의미”라며 “(검·경) 협의체 구성을 통해 일단 공수처가 상설특검 역할을 하며 기초를 다진 뒤, 수사·기소 대상 불일치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1년 검사로 첫발 내딛은 예 변호사는 검사생활 13년 만인 2014년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가 됐다. 2021년 공수처 출범 때 ‘공수처 1기’로 합류했다가 지난 3월 사직했다. 그와 함께 김성문 전 부장검사, 박시영(변호사시험 2회) 검사 등도 잇따라 사의를 밝히면서 공수처 1기는 13명 중 5명만 남았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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