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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후 첫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젊은층 사이에서는 환전 수수료가 들지 않는 외화 선불카드가 인기를 끄는데, 은행 창구에 의존하는 고령층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약 및 할인 혜택의 상당수가 모바일 앱 등 비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어 고령층이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환전 분야에서도 비슷한 ‘디지털 격차’가 굳어지는 셈이다.
국내 카드사 및 핀테크 업체들은 최근 2~3년 새 실시간 환율에 맞춰 외화를 충전하고 이를 외국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달러나 엔화 등 주요 국가 통화를 환전할 때 은행에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발생하는 해외결제 수수료가 없다는 점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최근 일본 여행에서 외화 선불카드를 사용한 장아무개(33)씨는 11일 “카드 한장만 들고 다녀도 돼서 현금 도난 걱정이 없고, 수수료도 없어서 주변인들에게 추천하는데 다들 반응이 좋다”고 했다. 실제 국내 핀테크 기업이 비자(VISA)와 손잡고 내놓은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 ‘트래블월렛 카드’ 거래액은 2021년 94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엔 2100억원 규모로 크게 뛰었다. 하나카드가 지난해 7월 출시한 ‘트래블로그’ 역시 최근 누적 환전액 3천억원을 넘겼다.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는 은행이나 증권사 앱에서 주요 통화를 환전할 때 수수료를 90%까지 깎아주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간 방식이다. 통상 주요 은행 앱에선 달러나 유로 등의 경우 90% 환율 우대(수수료 90% 할인)가 이뤄진다. 사실 고령층은 이런 수수료 혜택조차 쉽게 가져가기 힘들다. 60대 이상의 연령대에선 아직 모바일 앱 사용에도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금융거래 서비스 이용률(모바일 또는 피시)은 60대 이상에서 37.6%로 나타났다. 30대(74.7%), 40대(75%)와 견줘 상당히 낮다.
은행 창구에서는 환전 수수료를 보통 10~50% 할인하는 데 그친다. 1천달러를 환전한다고 할 때 창구에서 할 경우 수수료 50%를 할인받는다 하더라도 약 1만원 더 내는 셈이다. 우대 환율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면 약 2만원 손해 보는 셈이다.
그럼에도 은행에서 만난 노인들은 모바일에 대한 불신과 불편함 등을 이유로 창구를 찾는다고 했다. 이아무개(78)씨는 “스마트폰으로 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도 하고 (모바일 환경이) 믿음이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승재(64)씨 역시 “환전을 자주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모바일로 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며 “방법을 배우는 것보다 은행에 오는 게 편하다”고 밝혔다.
금융권 마케팅의 중심이 ‘비대면’에 치중돼 있다는 점도 디지털 격차를 더 강화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을 축소하는 가운데) 은행의 전략 자체가 비대면에 있다 보니, 창구와 비교되는 혜택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