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축구 국가대표팀이 12일(현지시각) 인종차별 대상이 된 사살락 하이쁘라콘을 응원하며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인스타그램 갈무리
“나는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 선수들의 인종차별 대상이 된 타이 국가대표 출신 사살락 하이쁘라콘이 직접 심경을 고백했다.
사살락은 12일(현지시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날까지 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겪어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비난도 많이 받았으나, 나는 (인종차별을 하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신경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살락은 “나를 사랑하고 나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그들만이 내가 무엇에 맞서왔는지 알고 있고 나를 자랑스러워한다. 나도 오늘날까지 싸워온 내가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인종차별 사건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고향에서 소속팀이었던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자신을 응원하는 가족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함께 올려 이번 사건에 대한 발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사살락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왼쪽)과 전북 현대가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올린 게시물을 사살락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가져간 모습.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갈무리
해당 글에는 13일 오전 기준 3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타이인들은 “타이 사람들은 당신을 사랑한다”, “좋은 태도다”와 같은 의견을 남겼고, 한국인 역시 “우리가 미안합니다”, “당신의 넓고 따뜻한 마음이 많은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썼다.
앞서 12일 오전 전북 현대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전북현대모터스FC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는 글과 함께 ‘NO ROOM FOR RACISM’(인종차별을 위한 공간은 없다)라고 쓴 사진을 올렸다. 사살락은 2021년 전북 현대에 입단했다가 6개월 만에 타이로 복귀한 바 있다. 타이 축구 국가대표팀도 공식 인스타그램에 사살락을 응원하는 글을 올렸는데, 사살락은 이 게시물들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가져와 간접적으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 축구팬들도 사살락을 응원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전 하나시티즌 서포터즈 ‘대전러버스’는 12일 인스타그램에 ‘NO ROOM FOR RACISM’ 태그를 달고 “대전러버스는 축구장에서의 그 어떤 인종차별 행위를 반대합니다”는 글을 올렸다. 김동욱 대전러버스 사무국장은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울산 선수들을 겨냥했다기보다 해외 리그에서 활동하는 우리 선수들과 국내 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을 모두 존중하자는 의미에서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대전 하나시티즌 팬들이 모인 ‘대전 러버스’가 12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인종차별 반대’ 게시물. 인스타그램 갈무리
지난 11일 울산 현대 선수들은 수비수인 이명재 개인 인스타그램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피부색이 까만 이명재 선수를 사살락에 빗대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 이규성 선수는 이명재 선수를 두고 “동남아시아 쿼터 든든하다”, 박용우 선수는 “사살락 폼 미쳤다”는 댓글을 달았고 팀 매니저도 “사살락 슈퍼태킁(클)”이라고 댓글을 달며 가세했다.
인종차별 논란이 커지자 울산 현대 구단과 박용우 선수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특히 구단은 “빠른 시간 내에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소속 인원 전원 대상 교육 등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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