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교통 운동본부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서울지부 활동가들이 지난 5월19일 서울 중구 1, 2호선 시청역 1번 출구에서 ‘서울시 버스, 지하철 요금 인상 반대 서명운동’을 열고 지나가는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버스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가 위험에 빠졌다. 도로와 철도의 민자사업에 투자해 국민 부담을 가중시켰던 맥쿼리인프라 출신 임원들이 만든 사모펀드 운용사가 버스회사를 야금야금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가 서울과 인천, 대전시의 재정 지원을 받아 금융 자본과 대기업 배불리기에 집중하면서 버스 체계 황폐화 우려도 나온다. 3회에 걸쳐 문제점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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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모펀드 운용사가 준공영제로 운영하는 서울과 인천, 대전의 시내버스 회사를 무더기로 인수한 뒤 이 버스회사들이 벌어들인 425억여원보다 71억여원이나 많은 497억여원을 금융회사와 대기업에 배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버스회사들은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지방자치단체 재정 지원에 의존하면서 적정 이윤까지 보장받는데, 번 돈을 시내버스 운영에 재투자하지 않고 배당금으로 소진한 것이다.
18일 <한겨레>가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금융감독원과 서울시 등으로부터 감사 보고서를 받아 분석한 결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이 운영하는 준공영제 버스회사 17곳(서울 6곳, 인천 9곳, 대전 2곳)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영업으로 425억7200만원을 벌었으나, 그보다 71억7800만원이 많은 497억5천만원을 배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이익 외에도 버스회사가 보유한 현금과 시설 보강 등 재투자를 위해 써야 할 이익 잉여금 일부까지 긁어모아 투자자들에게 배당했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비공개로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 상품인데, 경영참여형은 경영 참여나 자문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5년 정도 지난 뒤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방식으로 단기간 고수익을 노린다.
버스회사가 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배당해도 존속할 수 있는 이유는 버스 준공영제하에선 어떻게 버스회사를 운영해도 적정 이윤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서울과 인천, 대전 등에서 시행하는 버스 준공영제는 버스 운행과 차량·노무 관리는 버스회사가 맡고, 버스 노선에 대한 관리·감독과 운영 책임은 지자체가 맡는 제도다. 협약에 의해 지자체는 버스 1대를 하루 운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인 ‘표준운송원가’(서울 2021년 기준 76만원)를 해마다 산정해 운행 대수와 운행 거리 등 운행 실적에 따라 개별 버스회사에 지급한다. 만약 버스회사가 정해진 운행 실적을 완수했음에도 승객 수가 부족해 운송수입금이 표준운송원가보다 적게 되면 지자체가 이 부족분을 재정으로 보전한다. 버스회사가 수익 추구에만 매몰돼 장사가 안 되는 노선을 폐지하는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이지만, 사모펀드가 이런 제도적 이점을 파고들면서 지자체 재정지원금이 금융 자본과 대기업의 투자 수익으로 흘러가는 형국이 됐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버스회사 6곳은 차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영업이익으로 316억여원을 남겼으나 332억여원을 배당했다. 한국비알티(BRT)는 인수 첫해인 2019년부터 매년 204%, 129%, 132%의 배당성향을 나타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가운데 배당금으로 나간 비율을 일컫는다. 이 기간 한국비알티의 부채 비율은 54%(2019년)에서 164%(2022년)로 3배 이상 뛰었고, 자기자본비율은 65%에서 38%로 반 토막 났다.
서울 시내버스 2위 업체인 동아운수도 2020년 차파트너스에 매각된 뒤 113%, 2021년에는 125.5%를 배당했다. 도원교통은 차파트너스 인수 이듬해인 2022년 99.3%의 배당성향을 기록했고, 1위 업체인 선진운수도 2022년 또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인 그리니치프라이빗에쿼티에 인수된 뒤 차파트너스가 공동 경영을 맡으면서 99.4%의 배당성향을 나타냈다. 차파트너스 버스회사 6곳의 배당성향은 서울시 전체 버스회사와 견줘도 높다. 감사원의 2021년 ‘지방자치단체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실태’ 감사보고서를 보면, 서울시 전체 버스회사 65곳의 배당성향은 30.5%(2015년)에서 71.8%(2019년) 사이를 오갔다.
차파트너스의 인천 버스회사들은 배당성향이 더 높았다. 인천 버스회사 9곳 가운데 7곳(2곳은 올해 인수돼 감사보고서 없음)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버스회사들은 당기순이익 97억8700만원의 1.5배에 이르는 150억4200만원을 배당했다. 송도버스는 2020년 646%, 강화교통과 성산여객은 2021년 각각 277%, 245%라는 기록적인 배당성향을 나타내기도 했다.
버스회사가 보유한 차고지를 매각하거나 수용당한 대가로 얻은 이익도 배당금으로 썼다. 송도버스는 2019년 인천 연수구 차고지가 도시 개발로 수용돼 36억4500만원을 매각 이익으로 잡았는데, 이듬해 차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52억원을 배당했다. 동아운수는 차파트너스 인수 2년 뒤인 2022년 서울 관악구 토지 수용 대가로 24억1800만원을 받아 25억원을 배당했다. 선진운수도 2022년 3월과 4월 서울 은평구 본사 토지(36억9500만원)와 경기 고양시 덕양구 토지(80억5200만원)를 잇따라 매각하고 차파트너스가 경영을 맡은 뒤 77억원을 배당했다. 이 회사들의 재무제표를 살펴본 이총희 회계사는 “사모펀드 운용사는 회사에 여유 자금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여유 자금으로 다른 분야에 투자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으면 투자했겠지만, 투자처를 찾지 못해 배당으로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서울·인천시가 차파트너스 버스회사 15곳에 2022년까지 지원한 재정지원금은 2675억원에 이른다. 정산 중인 서울시 2022년 재정지원금까지 합치면 2800억여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인천 버스회사 9곳은 2021년부터 인천시가 지원한 재정이 운송수입금을 넘어섰다.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지자체 지원에 의존할 정도로 버스회사 재정 상태가 악화하는데도, 차파트너스는 배당에만 열을 올렸다.
이런 탓인지 지자체의 준공영제 재정 부담은 폭증하고 있다. 서울시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은 2019년 2915억원에서 2022년 8114억원으로 2.8배, 인천시는 같은 기간 1272억원에서 2648억원으로 2.1배 늘었다. 재정지원금이 예산을 초과하면서 서울시가 은행 대출을 받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에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버스 기본요금을 최소 3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예고했고, 인천시도 8월부터 버스 요금을 250원 올릴 방침이다. 유경준 의원은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가 금융 자본에 지배된다면 과거에 민자로 만든 사회간접자본(SOC)과 같이 과도한 수익 추구로 인해 재정 투입과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두려운 건 단기간 고수익을 올리고 엑시트하는 사모펀드의 ‘본성’이다. 당장 차파트너스가 만든 1~3호 사모펀드의 투자 만기가 2024년 말부터 2025년 말까지로 예정돼 있다. 1~3호 사모펀드가 버스회사 10곳을 인수하면서 끌어다 쓴 대출금 1060억원의 상환 만기도 2024년 말이다. 차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나 대출금 변제를 위해 버스회사들을 외국계 사모펀드 등에 매각하면, 시내버스 체계에 큰 혼란이 발생한다. 차파트너스도 이미 엑시트 전략으로 △우선매수권 보유 투자자인 에이제이(AJ)그룹에 매각 △국내외 사모펀드 운용사 상대로 경쟁입찰 △기업공개(IPO) 등을 제시했다. 공익회계사 네트워크 ‘맑은’의 대표간사인 이상근 회계사는 “사모펀드는 속성상 기업 사냥꾼일 뿐 사회 공헌에는 관심이 없다”며 “버스회사가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되면, 당장 청소년·노인·국가유공자 등 공익 목적의 할인분부터 전부 보전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총희 회계사도 “사모펀스 운용사가 엑시트하려 할 때 구매자가 없어 버스 운영이 부실해지면 결국 지자체가 추가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공공성이 있는 버스 운송 사업에 사모펀드가 진입한 것 자체가 근원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차파트너스는 일부 회사에서 고배당이 이뤄진 점을 인정하면서도 “과거 사주들의 친인척 임직원 고용, 관계사 거래 등 사익 편취를 단절하고 규모의 경제로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투명하게 법인세를 납부하고 잔여 이익에 대한 배당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해 개인 1인만이 아닌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회사는 “현재 투자자 배당금에는 인수 전 매각 혹은 수용이 이뤄진 차고지 부동산 매각 금액이 반영돼 있고 이는 일회성”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
김석원 상무는 <한겨레>와 만나 “금융감독원에 운용 현황도 주기적으로 보고하고 투자자와의 약정상 부채 비율을 준수해야 해 ‘먹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사모펀드이기에 당연히 엑시트를 하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