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가좌동에 있는 시영운수와 세운교통, 명진교통이 같이 쓰는 차고지에 버스 타이어가 널려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모펀드 운용사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이 서울의 버스회사 6곳을 인수한 뒤 이 회사들의 한국타이어 구입 비중이 인수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차파트너스 차종현 대표이사는 조양래 전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과 처남-매부 사이여서, 이들의 특수관계가 거래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0일 <한겨레>가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서울시로부터 차파트너스가 소유한 시내버스 6곳의 지난 5년 동안 타이어 구매 현황을 받아 분석한 결과, 이 회사 6곳은 사모펀드 인수 전에는 타이어 6793개 중 1245개를 한국타이어에서 구입했지만, 인수 뒤에는 4588개 중 2428개를 한국타이어에서 구입했다. 사모펀드 인수 전후로 한국타이어 구입 비중이 18.3%에서 52.9%로 2.9배나 껑충 뛰었다.
회사별로 보면, 한국비알티는 인수 전인 2018년 타이어 349개 중 137개를 한국타이어에서 구입했지만, 2019년 인수 뒤 4년 동안에는 타이어 1352개 중 980개를 한국타이어에서 구입해 비중이 39.3%에서 72.5%로 급증했다. 도원교통은 인수 전 3년 동안은 한국타이어를 쓰지 않다가, 2021년 인수 뒤 2년 동안에는 타이어 522개 중 352개(67.4%)를 한국타이어에서 구입했다. 동아운수도 인수 전 2년 동안 한국타이어를 쓰지 않다가 2020년 인수 후 한국타이어를 쓰기 시작했고, 선진운수도 2018년부터 4년 동안 한국타이어 구입 비중이 18.9%였다가 인수된 2022년 40.6%로 뛰었다.
이 거래가 의심스러운 건 차 대표의 누나가 조 고문의 부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조 고문이 신기술 투자를 위해 설립하고 차 대표의 누나가 이사로 있는 엠더블유앤컴퍼니가 차 대표의 아내가 운영하는 요식업체의 지분 31.5%를 인수해 논란이 일었다. 엠더블유앤컴퍼니가 지난해 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라이선스를 획득해 세제 지원을 받게 됐는데, 엉뚱하게도 신기술과 동떨어진 특수관계인의 요식업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한국비알티 인수 사모펀드에 2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거래가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는지 관련 기관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근 공익회계사 네트워크 ‘맑은’의 대표간사는 “법률상 특수관계인 차파트너스와 한국타이어의 거래가 늘어난 게 국민들 눈높이에는 문제가 있어 보이나 일감 몰아주기 같은 범죄에 해당하는지는 수사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며 “수의계약을 했다거나 담보·보증을 요구하지 않는 등 대금 결제 조건에서 특혜를 제공했다면 부당 거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관휘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일감 몰아주기 특혜 의혹은 있지만, 특정 회사를 대상으로 판매량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고, 더 나은 대안이 있었는데도 한국타이어를 샀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처벌할 수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차파트너스는 <한겨레>에 보내온 답변서에서 “타이어 구매와 같은 일상적인 회사 운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며 “각 회사가 가격, 선호도, 프로모션 등을 통한 추가 할인, 서비스 등 여러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최선의 조건으로 구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장필수 기자 feel @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