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지하 주차장 철근을 빠뜨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 중 하나인 경기도 오산시 세교2 A6블록 아파트 주차장에 보강 공사를 위한 전단보강기둥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우리 아파트도 무량판인지 아닌지 알 수 있나요”, “자다가 아파트가 무너지는 사태가 있을 수 있나요”.
2일 아파트 입주민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등에선 아파트 평면도 사진과 함께 자신이 사는 아파트가 무량판 구조인지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공주택 중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15개 단지에서 시공에 필요한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되자 무량판 공법 자체가 위험한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무량판 방식으로 지어진 민간 아파트 293곳을 대상으로 ‘철근 빼먹기’를 가리는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혹시 우리 아파트도?’ 하는 불안감이 민간아파트 거주자들로 확산하고 있다. 2017년 이후 완공된 아파트 293곳 중에는 주차장뿐만 아니라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를 택하기도 했다는 점도 사람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무량판 방식으로 시공된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아무개씨는 한겨레와 만나 “다들 전수조사를 했으면 하는 생각은 있는데 아직 여론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아파트가) 갑자기 무너질까봐 불안하고 무섭다”고 말했다.
입주민들 불안감이 커지자 행동에 나선 곳도 있다. 입주를 앞둔 인천 영종도의 한 아파트는 이날 조합 쪽이 직접 나서 건설사에 무량판 시공 여부를 묻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무량판 시공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지하주차장은 천장을, 아파트는 평면도를 보면 무량판 시공 여부를 구분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하주차장은 천장부가 노출돼 있어 대들보가 있는지 없는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파트 거주동은 노출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시공사나 관리사무소 등에 문의하거나, 주민센터에서 단위세대평면도 등이 포함된 건축물현황도를 발급받아 보는 것이 정확하다.
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아파트 평면도에 회색 음영이 들어간 부분이 보이면 무량판 구조라는 이야기도 돌지만, 전문가들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대들보 없이 기둥만으로 슬래브(철근콘크리트)를 지탱하는 무량판 공법은 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검증된 공법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무량판 공법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형준 건국대 교수(건축공학)는 “무량판 구조는 제대로 짓기만 하면 상당히 우수한 공법이다.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놀다가 살이 찢어졌다고 다이아몬드를 다 버리자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정부도 정밀안전진단 실시를 서둘러 합리적인 보강 방법을 제시하고, 입주민들도 이를 믿어주는 풍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박시은 강신범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