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대구 야구장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온 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경찰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잇단 무차별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이 적극적으로 총기를 사용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일선 경찰들의 ‘실전형 사격 훈련’은 올해부터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앞다퉈 경찰의 무력 사용의 심리적 허들을 낮추는 법적 지원사격을 하기에 앞서, 정작 급박한 범죄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고도의 물리력인 권총 사격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훈련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경찰청은 흉기 난동 상황 시뮬레이션 등을 포함한 ‘실전형 총기 훈련’을 올해부터 도입했다고 밝혔다. 연 2회 5·10·15m 등 다양한 사거리로 정례 사격 훈련을 진행하고, 외근 부서 경감 이하 경찰관은 정례 훈련과 별개로 특별 사격 훈련 일정에서 흉기나 사제총기 위협 상황을 가정한 투항 명령, 공포탄·실탄 발사 등의 시뮬레이션 훈련도 추가로 연 2회 실시한다.
앞서 2021년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에 출동한 경찰 2명이 현장을 벗어나면서 부실 대응을 크게 비판받자, 관련 연구 용역을 거쳐 올해에서야 경찰청이 각종 실전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시작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연 2회 훈련장 내 15m 떨어진 거리에 서서 사격 기록을 내는 정례 사격 훈련을 하는 데 그쳤다.
갓 도입된 훈련이다 보니, 아직 일선 지구대 및 경찰서 형사 중 한 번도 시뮬레이션 사격 훈련을 한 적이 없는 경우도 있다. 테이저건 역시 한번 쓰는 데 4만3000원이 들어, 그간 외근 경찰관 7만명이 연간 1발씩 쏘지도 못하다가 지난해부터 2발씩 쏠 수 있게 예산이 책정됐다. 112 업무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흉기 난동 사건이 있을 때만 반짝 훈련이나 교육을 말할 것이 아니라, 물리력을 강화한다고 했으면 국민이 기대할 수준으로 현장 경찰력 강화를 위한 훈련과 교육을 제대로 진행해야 경찰도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정당한 물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체포 등 물리력 대응 훈련도 시범 운영 단계에 머물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월부터 전국 5개 시도청에서 지역 경찰에 한해 물리력 행사 적정 기준 등에 대한 교육을 시범 운영 중이다. 경찰은 올해 11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신임경찰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경찰학교 ‘물리력 대응 종합훈련장’도 지난 6월 조성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277개 경찰관서 가운데 102곳에만 훈련장이 있고 나머지는 매트리스를 깔고 훈련하는 상황”이라며 “권역별로 ‘현장대응 훈련센터’를 만들어 현장 대응 능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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