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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신림동 피해자 유족 “출근하다 살해당해…특별치안 기간인데”

등록 2023-08-20 16:05수정 2023-08-21 01:20

서울 관악경찰서 유치장 입구 앞을 경찰관계자가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관악경찰서 유치장 입구 앞을 경찰관계자가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대낮에 서울 신림동 야산의 등산로를 지나다가 폭행 당해 숨진 피해자 유족이 “(고인이) 방학 중 연수 때문에 출근하던 길에 살해 의도가 명백한, 잔혹한 수법으로 살해됐다”며 “시시티브이(CCTV) 없는 곳이라는 걸 범인도 알았는데 경찰이나 서울시가 순찰을 더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20일 서울 구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족 장아무개(36·교사)씨는 사촌 동생인 피해자 ㄱ(34)씨가 방학 중 학교장의 지시로 진행되는 연수 담당자로 출근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얘기했다. 피해가 있었던 지난 17일은 연수 이틀째였다고 한다.

장씨는 “연수는 오후에 있었는데 일찍 준비하려고 미리 이동하다가 그 길을 갔던 것 같다”며 “워낙 성실한 아이라 무슨 행사가 있으면 1∼2시간 먼저 가 있었다고 동료 교사들이 말하더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유족들은 잇단 흉기 난동 범죄로 경찰이 특별치안활동을 전개 중이던 와중에 참변으로 가족을 잃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씨는 “범인도 (범행 장소에) 시시티브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는데 서울시나 경찰이 그걸 몰랐겠느냐. 최근 특별치안활동을 했는데 결국 형식적인 순찰인 셈이라 속상하다”고 했다. 번화가에 경찰 치안활동이 집중되면서, 외려 감시가 잘 이뤄지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는 강력범죄엔 속수무책이었다는 취지다.

친오빠 ㄴ씨는 “다들 큰길로 다녀야 한다고 하는데 큰길로 다녀도 사고(범죄)가 나고, 산책로로 다녀도 사고(범죄)가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냐”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유족은 고인에 대해 책임감이 강하고 배려심이 깊었다고 했다. ㄴ씨는 “어머니가 혼자 계셔서 늘 죄송했는데 동생이 ‘늦게 들어오면 엄마한테 전화라도 해주라’고 챙겼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동생이랑 연락도 더 자주 하고 어머니 좋아하는 거 해드리려고 같이 바람도 쐬고 했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ㄴ씨는 “집에 손 안 벌리겠다며 자기 힘으로 집도 구하고, 폐 안 끼치려고 이사할 때도 오지 말라고 했다”며 “더 좋은 집에 가도 되는데 집 사야 하니까 돈을 모으겠다며 ‘여자 혼자 살긴 나쁘지 않다’며 (가족들을) 안심시켰다”고도 말했다.

장씨는 경찰이 유족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 혼선이 있어 사건 발생 이튿날 0시35분께에야 ㄱ씨의 어머니가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며 “스무살 때부터 홀로 타지 생활했던 동생은 병원에서도 12시간을 외롭게 있었다”고 말하며 울었다. 의식 불명 상태로 서울 시내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ㄱ씨는 지난 19일 오후 3시40분께 끝내 숨졌다.

ㄱ씨와 대학 동기인 교사 김아무개(34)씨는 “방학 중에 일어난 일이지만 (ㄱ씨가) 연수를 위해 가던 길이었으니 ‘순직’이 인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전날 오후 빈소에서 조문한 뒤 취재진에게 “유족 말씀을 들으니 어느 정도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청 소속 노무사와 사실관계를 확인해 (공무상 재해가 인정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족은 가해자 엄벌을 강하게 요구했다. 유족은 “공정한 법 집행 통해 법정 최고형이 선고되어야 정의가 선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전날 피해자가 숨지면서 피의자 최아무개(30)씨의 혐의를 강간상해에서 강간살인으로 변경했다.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상해죄의 법정형은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강간 등 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으로만 처벌된다.

서울 신림동에서 폭행 당한 뒤 숨진 교사 ㄱ씨 빈소. 김가윤 기자
서울 신림동에서 폭행 당한 뒤 숨진 교사 ㄱ씨 빈소. 김가윤 기자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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