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을지 및 제3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해도 우리나라에 위험하지 않다’는 취지를 담은 정부의 유튜브 홍보 영상 제작을 대통령실이 직접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이 앞장서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를 옹호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한겨레 취재 결과, 국무조정실은 최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4분25초) 영상 제작비 3800만원이 대통령실 예산으로 집행됐다고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까진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산물 안전 관리’ 정부 정책 홍보 차원에서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영상으로 확인됐으나, 실제로는 대통령실이 직접 영상을 제작하고 문체부는 영상 송출에만 관여한 것이 드러난 셈이다.
‘대한민국 정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지난달 7일 올라온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4분25초) 영상. 유튜브 갈무리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보고에서 “대통령실에서 (홍보 영상 제작을 위해) 대통령실 홍보 예산을 직접 집행했으며, (업체 선정도) 대통령실에서 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범정부 티에프(TF)를 운영하고 있는 국무조정실은 이 과정에서 영상에 나오는 전문가들의 설명이 맞는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해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조정실 쪽은 영상 제작 업체가 어디인지 묻는 질문에는 “정부의 계약 관련 세부 사항 등은 법에 근거한 계약 당사자(업체 및 개인) 정보 보호 등의 사유로 상세한 제출이 곤란하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지난달 7일 ‘대한민국 정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 영상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위험하지 않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홍보 영상은 “커피 한잔을 드셔도 그리고 우유 한잔을 드셔도 계란 하나를 드셔도 다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인체는) 피폭을 받는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거라는 우려는 전혀 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우리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됐다.
대통령실이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옹호하는 듯한 영상 제작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며,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위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국민의 걱정을 괴담으로 치부하면서까지 오염수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데는 일본과의 관계 등 외교적·정무적 판단이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따져 묻기는커녕 오염수 해양투기를 사실상 용인하고 앞장서 홍보하는 모습을 볼 때 윤 대통령이 과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 안전을 위한 홍보에 정부 및 대통령실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예산 운영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