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영재는 왜 영재학교를 떠났나 [The 5]

등록 2023-08-26 14:00수정 2023-08-26 14:20

[더 파이브: The 5] 영재 못 품은 영재학교
백강현군이 지난해 8월 서울과학고 앞에서 진학 소식을 알리며 올린 사진. 백강현 인스타그램
백강현군이 지난해 8월 서울과학고 앞에서 진학 소식을 알리며 올린 사진. 백강현 인스타그램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생후 41개월에 방송에 출연해 2차 방정식을 푸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단박에 화제가 됐던 백강현(11)군. 그가 서울과학고를 입학 5개월만에 자퇴한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강현군 아버지는 아들이 형·누나들과 학교 생활을 하며 언어적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밝혀 논란이 됐습니다. 강현군의 서울과학고 조기 진학, 뭐가 문제였을까요? 영재학교는 잘 운영되고 있는 걸까요?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한국 대표단을 이끌었던 영재교육 전문가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백강현군 자퇴 논란 어떻게 보셨어요?

송용진 교수: 안타까웠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비슷한 생각일 텐데, 저는 애초에 강현군이 서울과학고에 입학한 것부터가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강현군이 자신의 유튜브에 이렇게 이야기를 했어요. “일어나자마자 이를 닦으며 허둥지둥 수학공식을 암기했습니다. 그러다가 거울 속에서 문제를 푸는 기계가 되어가는 저를 보게 됩니다.” 이 대목을 보면 강현군이 공부를 따라가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서울과학고 학생이 수학 공식을 외우는 걸 힘들게 느낀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워요. 웬만한 대학교 수학과 교수도 못 푸는 문제가 나오는 국제 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은메달 따는 게 서울과학고 학생들입니다. 오히려 이런 선배·학우들을 보고 자신은 넘지 못할 벽이라고 느꼈을 수도 있을 겁니다.

[The 2] 그럼 강현군은 이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다른 영재학교로 전학을 가야할까요?

송용진 교수: 이미 졸업해서 행정적으론 어렵겠지만, 저는 강현군이 초등학교로 돌아가는 게 좋다고 봅니다. 강현군과 같은 연령에선 최대한 일반교육에 머무는 게 낫다는 겁니다. 어린 영재들도 뛰어난 지적 능력을 빼고 다른 건 그 나이대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어요. 자기가 잘 하는 걸 드러내 자랑하는 걸 좋아하고, 지는 걸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요. 저는 월반과 조기 진학에 부정적인 쪽이에요. 특히 3년 이상을 건너뛰는 건 좋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재능 개발만이 아니거든요. 인성, 사회성, 신체 발달 모두 필요하죠. 초등학교 교사들이야말로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잖아요.

[The 3] 그래도 재능을 썩히는 건 좀 아깝지 않나요.

송용진 교수: 재능을 썩히라는 게 아니죠. 혼자 재미있어서 공부하는 걸 막을 수 있나요. 다만, 이 나이대 영재들이 수학이나 과학을 가지고 경쟁하게 하는 건 피하자는 거죠. 수학자나 과학자가 필요한 재능은 학문에 대한 지식과 숙달만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건 무엇이든 함께 할 수 있는 힘이에요. 과학자들이야말로 전 세계 각국의 동료들과의 협업, 정보 교환이 중요합니다. 수학과 과학 연구 자체가 혼자서 골방에 틀어 막혀서 모든 난제를 해결해내는 영웅의 시대가 아니에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The 4] 그럼 서울과학고 같은 영재학교는 어떻게 운용해야한다고 보시는지요. 정부가 나서서 고쳐야 할 건 없나요?

송용진 교수: 저는 이 사건 때문에 영재학교 자체를 흔들 필요는 없다고 봐요. 안에서 보면 영재교육진흥법 설립 취지에 크게 벗어나지 않게 운영되고 있고요. 다만 영재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다른 대책이 뒤따라야하겠죠.

정부의 정책은 최근 영재교육의 흐름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바이오, 소프트웨어 중심의 영재학교를 두 곳이나 더 세운다는 거잖아요. 여전히 양적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그렇죠. 현재 영재학교 안에서 그 과목을 소화해도 충분하거든요. 저는 지금 과학고까지 있을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괜히 과학고에 들어가려는 경쟁만 심해져서 사교육 부담만 커졌어요.

[The 5] 강현 군같은 영재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요.

송용진 교수: 우선 조급함을 버려야 해요.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교육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는 특수하니까 뭔가 특별하고 효율적인 교육 방법을 찾으려고 애를 쓸수록 애는 망가지기 쉬워요. 그 아이는 남들보다 좀 더 똑똑하고 학습 의욕이 좋은 한 명의 사람일뿐이지 하늘에서 뚝 떨어진 특별한 생명체는 아니거든요.

고백하자면, 저도 예전에는 10살 전후의 영재들을 모아서 제대로 가르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영재들을 오래 가르치다 보니 그게 잘못됐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정부든 누구든 이런 허상이 있다면 빨리 버려야 합니다.

▶▶[The 5]에 다 담지 못한 백강현 군 사태의 전말, 대한민국 영재교육의 현 주소, 영재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휘클리에서 모두 읽어보세요.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234명 성착취 텔레그램방 총책 33살 김녹완…신상공개 1.

234명 성착취 텔레그램방 총책 33살 김녹완…신상공개

“식사도 못 하신다”…인생의 친구 송대관 잃은 태진아 2.

“식사도 못 하신다”…인생의 친구 송대관 잃은 태진아

제주공항 운항 재개…폭설에 발 묶인 2만여명 속속 탑승 수속 3.

제주공항 운항 재개…폭설에 발 묶인 2만여명 속속 탑승 수속

송대관의 삶엔 ‘한 구절 한 고비 꺾어 넘을 때’마다 사연이 4.

송대관의 삶엔 ‘한 구절 한 고비 꺾어 넘을 때’마다 사연이

토요일 낮 전국 대부분 영하권…호남·제주 강하고 많은 눈 5.

토요일 낮 전국 대부분 영하권…호남·제주 강하고 많은 눈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