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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원장 후보, 성폭력 전담 재판장 때 사건 절반 감형했다

등록 2023-09-07 04:00수정 2023-09-07 16:23

17살 딸 성착취 의붓아빠 징역 3년→집행유예
합의 없어도 감형…“피해자 나이 성인에 근접”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새 대법원장 후보자가 성폭력 전담부 재판장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을 심리하면서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건의 가해자 형량을 깎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인 여자친구를 강간한 피고인의 형량을 줄이면서 ‘여자친구가 만 18살로 거의 성인’이라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심리한 사건 수에 비해 감형 사건이 많고, 피해 회복이 쉽지 않아 합의가 있어도 형량을 크게 줄이지 않는 최근 판결 기조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계에서는 이 후보자의 판결에서 가해자·남성 중심적 사고가 일관되게 관찰된다고 비판했다.

6일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이 후보자의 2020년 8월~2021년 2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판결문 26건을 분석한 결과, 감형한 판결이 13건으로 절반에 해당했다. 항소 기각이 10건, 형량을 가중한 사례는 2건, 그 외는 1건이었다. 당시 이 후보자는 성폭력 전담부인 서울고법 형사8부의 재판장이었다.

이 후보자가 감형한 13건 중 4건은 실형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경됐다. 의붓아버지가 자고 있던 17살 딸의 방에 들어가 유사 성행위를 한 사건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사례도 있었다. 이 후보자는 감형 이유로 ‘피해자와 합의’를 들었다.

하지만 미성년자 자녀와의 합의가 적절한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변호사)는 “한집에 사는 아버지가 자녀를 상대로 저지른 성범죄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확산한 상태”라며 “계속 함께 살아야 하는 딸이 진정으로 원해서 처벌불원서를 써줬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와 합의가 없어도 감형하기도 했다. 특히 헤어진 여자친구가 성관계를 거부하자 폭행 및 강간한 피고인의 형량을 징역 7년에서 5년으로 깎아주면서 “피해자는 만 18살로 성년에 거의 근접했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21살의 비교적 젊은 청년으로 교화와 개선의 여지가 남아 보인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성범죄의 양형이 높아지는) 시대적 흐름에 동감하지 못하는 듯하다”며 “한번 침해된 존엄성은 돈으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합의를 했다고 해서 크게 감형을 해주는 것은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옛날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판사는 “지금 대법원 판례는 가급적이면 항소심에서 1심이 판결한 양형을 최대한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지금까지 밝혀진 여러 판결을 보면 (성범죄에 관대한) 경향성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회재 의원은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고통을 외면한 불공정 판결”이라며 “사법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이 후보자가 오히려 불공정 판결로 사법 불신에 일조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정혜민 이정규 윤연정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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