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열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재산신고 누락·증여세 탈루 등과 관련해 새로운 정황과 의혹들이 쏟아졌다. 기존 해명을 반박하는 정황들도 다수였다. 이 후보자는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몰랐다” “송구하다” “죄송하다”를 반복했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약 10억원 가치인 비상장주식을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처가 재산이라 잊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과 관련해 “2001년 후보자의 처남이 보유하고 있던 옥산의 주식 1000주를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 아들, 딸 명의로 증여받으며 증여세 약 6800만원을 납부했다”고 주장했다. 증여세에 기반해 주식 가액을 역산하면 5억5000만원에 달한다. 주식 가액을 추정해 세금까지 냈으면서 ‘몰랐다’고 해명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들 주식에서 받은 배당금도 이 후보자가 애초 밝힌 금액보다 또다시 늘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처남이 운영하는 회사인 옥산으로부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세후 634만5000원을 수령했다. 배우자와 두 자녀도 같은 액수를 배당받았다. 결과적으로 2013∼2022년 가족이 수령한 총 배당금은 세후 3억456만원이다. 이 후보자가 지난달 말 스스로 밝힌 배당금 규모는 3년간 1억2천만원 규모였다. 이후 2018∼2019년 2년치 배당금을 추가 공개했고, 거듭된 요구에 2010년 이후 수령분을 다시 공개한 것이다. 큰 규모의 배당금을, 더 오래 받았다는 점은 ‘처가 재산이라 잊었다’는 기존 해명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증여세 탈루 의혹도 추가됐다. 이 후보자의 배우자는 미국에 거주하는 딸에게 지난 7월까지 최근 5년간 6차례에 걸쳐 총 5만8천달러(우리 돈 6800만원)를 송금했다. 이 후보자의 딸은 23살이던 2014년 모친으로부터 현금 5000만원을 증여받았기 때문에 이후 10년간 증여받은 재산은 모두 증여세 납부 대상이다. 박 의원이 “소득이 있는 가족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송금하면 증여세가 과세 될 수 있다”라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그런 것 같다”면서도 “(증여세 탈루로) 인식하지는 않았다”라고 답했다.
이 후보자 아내 김아무개씨와 처가식구가 30여년 동안 3차례 반복된 부동산 지분 쪼개기를 통해 종합토지세(토지세)를 덜 낸 정황도 드러났다. 종합토지세란 종합부동산세가 2005년 생기기 전 전국 모든 토지를 소유자별로 더해 해당 토지의 가액에 누진세율을 적용해 부과한 세금이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후보자의 아내 김씨 일가 등이 지분 쪼개기로 감면받은 세금은 1990년 공시지가 기준으로 한 해 동안만 9200여만원으로 추정된다.
이날 민주당은 이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사법부 수장으로도, 한 사람의 법조인으로도 자격 미달”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이 후보자는 자진사퇴하라”라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이정규 기자
jk@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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