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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지구 수명이 3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러면 어린아이도 멸종하는 거야?”

23일 오후 2시 서울 시청역 앞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참석한 김유라(40)씨가 9살 딸 아이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며 전한 말이다. 김씨는 “기후위기가 심각해 조금이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며 “지금 기후위기를 조장하는 모든 행위를 멈추지 않고, 중단시키지 않으면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손을 꼭 쥐고 있던 딸 아이의 손에는 ‘북극곰과 어린이들 모두 멸종위기, 살려줘’라고 써진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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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500여개 단체들로 구성된 ‘9·23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가 연 기후정의행진 집회에는 김씨처럼 가족 단위로 나온 참가자들이 많았다. 기후 변화가 부른 자연재해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일어나는 오늘날, 기후위기가 더이상 구호가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인식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거리로 나온 모습이었다. 시청역 7번 출구에서 숭례문 앞까지 4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3만여명(주최 쪽 추산)의 시민들은 “기후위기 방관 말고 지금 당장 행동하라” “기후재난 못 살겠다 안전한 삶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이란 이날 행사의 슬로건처럼, 집회에는 시민사회계와 노동계의 연대 참여가 줄이었다. 송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공노련 탈석탄일자리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필요성에 동감한다”며 “발전소 폐지와 함께 사라지는 노동자의 삶을 정부는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것이 바로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정의로운 전환이다. 노동자들의 생존투쟁에도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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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진 오송참사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은 “리비아에서 대홍수로 1만4000여명의 시민들이 죽고 수만명의 시민이 실종됐다 죽고 다친 이들은 누구이며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 있는 것이냐”며 “오송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활동하면서, 비민주적인 정치 경제 체제가 기후변화 시대에 어떤 비극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지금 정치와 자본 권력이 우리의 손으로 직접 기후재난을 대비할 기회와 희망을 어떻게 빼앗고 있는지 선명하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집회 참석이라는 서금하(46)씨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게 힘이 되고, 이런 힘이 이날 나오지 않은 누군가에게도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이를 비판하는 팻말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이날 집회에 학급 전체가 참석한 전북 무주 푸른꿈고 학생들은 ‘바다에 버려진 것은 오염수인가 우리의 미래인가’라고 써진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기도 했다. 규탄 발언에 나선 사토 다이스케 반핵아시아포럼 일본사무국장은 “일본은 아시아 나라들을 침략하고 식민 지배했지만 이번에는 방사능 가해자가 되고 말았다”며 “일본인으로서 사과드린다”고 말해 박수세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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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권우현 기후정의행동 조직위 공동집행위원장은 “기후위기가 일자리와 거주공간을 위협하고 생명의 위기로 닥쳐오는 동안 정부는 스스로 역할을 포기했다. 2021년 탄소 중립 시나리오부터 올해 만든 탄소중립기본계획까지 정부의 요란한 탄소중립 타령은 전부 거짓이었다”며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온실가스를 뿜어대며 미국까지 날아가서는 유엔(UN) 기후정상회의도 참석하지 않고, 당치도 않은 부산엑스포를 구걸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도 가덕도 신공항 추진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파괴의 문을 열었다”며 전 정부도 함께 비판했다.

기후정의행진 조직위는 이날 정부를 향해 △기후재난으로 죽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보장 △핵발전과 화석연료로부터 공공 재생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 실현 △철도민영화 중단 및 공공교통 확충 △신공항 건설 및 국립공원 개발사업 중단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 듣기 등 5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날 집회가 끝난뒤 참석자들은 각각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방향과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나뉘어 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여러 사람이 한 장소에서 죽은 듯이 드러누워 항의를 표현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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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