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종 청탁의 대가로 사업가로부터 10억원에 가까운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4년2개월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2부(재판장 박원철)는 1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총장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2개월을 선고했다. 8억9600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과 추징금 9억8천만원이 선고된 것에 견주어 형량이 다소 줄어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2년여에 걸쳐 장기간에 이루어졌고 횟수도 29회에 이르며 수수 금품 일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일부 범죄 사실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에 반하는 주장으로 범행을 부인하는 등 진지한 성찰도 보여주지 않았다”면서도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 원심보다 수수액이 줄어들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부총장은 2019년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공무원, 공공기관 임원 등에게 청탁해 정부지원금을 배정해 주고, 마스크 사업 인허가 등을 알선해준다며 사업가 박아무개씨로부터 수십회에 걸쳐 약 1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1심은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하며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에서 일부 혐의에 무죄가 나온 데 대해 다시 판단을 받겠다며 항소했으나, 지난달 8일 결심 공판에서 이 전 부총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는 4년6개월이 선고된 1심 선고 형량보다 낮은 수준이라 검찰이 재판부에 사실상 감형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혐의에 대해 1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2020년 3월13일 용인 스마트 물류단지 인허가 청탁 관련 5천만원 수수 혐의는 1심에서 무죄로 봤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알선청탁과 금품수수 사이의 관련성이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020년 7월21일 한국남동발전 발전설비 납품 알선 등 대가로 1500만원을 수수한 혐의, 포스코건설의 구룡마을에 대한 우선 수익권 인수 관련 알선 등에 대한 대가로 5천만원을 수수한 혐의 등은 유죄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에서는 이 전 부총장의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도 열렸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해 3·9 재보궐 선거와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선거운동원들에게 법정 기준치를 넘는 금품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이 전 부총장에 대해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이 전 부총장과 함께 기소된 선거운동원 등에게는 벌금형을 구형했다. 이 전 부총장은 최후진술에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선거운동원 등 11명에 대해 “제 선거를 위해 헌신하고 열심히 활동했던 분들”이라며 “제가 벌을 달게 받을 테니 선처해달라”고 언급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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