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6월30일 태어난 지 닷새 만에 신생아실에서 머리를 다쳐 3년 넘게 의식불명 상태로 지냈던 정아영양이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고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아영이 심장은 400일 넘게 병원에 갇혀 지내던 아이가 받았습니다. 다인실 창문을 통해 보던 세상이 전부이던 아이는 덕분에 비로소 흙도 밟고, 집에서 또래 아이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태어난 지 닷새 만에 신생아실에서 머리를 다쳐 3년 넘게 의식불명 상태로 지냈던 정아영양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동의 주치의가 최근 아영이의 가족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아영이의 심장을 기증받은 아동을 400일 가까이 돌본 주치의라고 소개한 ㄱ씨는 편지에서 “(심장을 기증받은 아동은) 돌 무렵 심부전으로 입원해 심실보호장치에 의지해 400일 넘게 병원에 갇혀 지내던 아이”라며 “(입원 뒤) 450일 지나 병원 밖을 처음 경험한 아이는 모든 걸 새롭고 신기해하고 있다”고 아동의 근황을 전했다.
ㄱ씨는 “그 아이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은 모두 아영이 덕분”이라며 “성인 키 정도의 생명유지장치 줄에 매여 기계로부터 떨어지지 못하고 살던 아이의 기적과 같은 일상은 모두 아영이와 힘든 결정을 해준 아영이 부모님 덕분”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6월30일 태어난 지 닷새 만에 신생아실에서 머리를 다쳐 3년 넘게 의식불명 상태로 지냈던 정아영양이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고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아영이는 30대 간호사의 ‘신생아 학대 사건’ 피해 아동 중 하나다.
앞서 아영이는 2019년 10월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건강하게 태어났다. 하지만 태어난 지 닷새 만에 신생아실 바닥에 떨어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수사 과정에서 해당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던 30대 간호사 ㄴ씨가 아영이를 바닥에 떨어뜨려 두개골 골절상 등 상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ㄴ씨는 지난 2019년 10월5일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한손으로 신생아 다리를 잡고 거꾸로 들어 올려 흔드는 등 신생아 14명을 21차례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ㄴ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근무 시간 이전에 아동에게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 5월 ㄴ씨에게 업무상과실치상·아동학대처벌법 위반(상습학대) 등의 혐의로 징역 6년을 확정했다.
그 뒤 아영이는 3년 넘게 인공호흡기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며 대학병원에 통원치료를 다녔다. 그러나 지난 6월23일 뇌사 상태에 빠진 뒤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같은 달 28일 사망 선고를 받았다.
아영이의 가족은 “아영이가 세상에 온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기증을 결심했다. 아영이는 심장, 폐, 간장, 신장을 또래 4명에게 선물한 뒤 세상을 떠났다.
태어난 지 닷새 만에 신생아실에서 머리를 다쳐 3년 넘게 의식불명 상태로 지냈던 정아영양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동의 주치의가 최근 아영이의 가족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ㄱ씨는 주치의로서 아영이의 심장을 기증받은 아동을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다. ㄱ씨는 “(아영이가 기증한 심장이) 오래오래 뛸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돌보겠다”며 “행복한 아이로 클 수 있게 그 부모님이 최선을 다하겠지만, 세상에 이로움이 되는 선한 아이가 되길 곁에서 돕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아이지만, 더 자라면 두 사람 몫을 살아야 한다고 감히 부담을 주겠다”고 덧붙였다.
태어난 지 닷새 만에 신생아실에서 머리를 다쳐 3년 넘게 의식불명 상태로 지냈던 정아영양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동의 주치의가 최근 아영이의 가족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ㄱ씨는 아영이의 부모에게 “그 아이를 볼 때마다 아영이를 기억하겠다”며 “아파해 하지만 말고 아영이 만나는 날까지 웃는 날도 많길 기도한다”며 편지를 끝맺었다. ㄱ씨의 편지는 최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아영이 부모에게 전달됐다.
태어난 지 닷새 만에 신생아실에서 머리를 다쳐 3년 넘게 의식불명 상태로 지냈던 정아영양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동의 주치의가 최근 아영이의 가족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