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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충상 발언 보고 심장 멎는줄… 10명에 4억 손배가압류도”

등록 2023-11-06 18:04수정 2023-11-07 02:48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회장 인터뷰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지부장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들머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지부장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들머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나는 지금 이 자리에 하소연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인권위 상임위원 여러분. 당신들이 지키고 싶은 인권에는 계급이 있습니까?”

6일 최현환(44)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한국옵티칼) 지회장은 국가인원위원회(인권위) 앞에서 ‘한국옵티칼 노동자 인권 보장’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에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법은 위원에게 공정한 심의·의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위원장에게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상임위원은 지난 10월30일 전원위원회에서 한국옵티칼 노조가 제출한 인권침해 진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기각하겠다”는 발언을 했고, 5일에도 해당 사안은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인권위 조사·심의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최 지회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를 가리켜) 불쌍한 근로자라고 한 이 위원의 말은 대단히 모욕적”이라며 “우리는 불쌍하니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권리, 존엄을 지킬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심의 중인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조합 진정사건에 대해 “기각하겠다”고 전원위원회에서 공개발언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들머리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과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충상 위원을 규탄하고 있다. 왼쪽부터 금속노조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회장,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심의 중인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조합 진정사건에 대해 “기각하겠다”고 전원위원회에서 공개발언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들머리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과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충상 위원을 규탄하고 있다. 왼쪽부터 금속노조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회장,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국옵티칼 지회 소속 노동자 13명은 지난해 10월 공장 화재 이후 회사의 갑작스러운 청산과 해고에 맞서 올해부터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공장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 중이다. 이에 회사는 지난 9월8일 구미시 수도사업소에 요청해 공장 단수 조처를 했고, 노조는 인권위 긴급구제신청에 이어 인권침해 사안으로 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최 지회장은 한겨레 보도를 통해 ‘노조사무실 출입이 자유로워 집에 가서 샤워도 하고 잠도 자면 되기 때문에 단수는 인권침해가 아니다’라는 상임위원의 발언을 접하고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면과 현장 인터뷰로 구성한 일문일답.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구미가 고향이다. 2005년 27살에 옵티칼에 입사해서 17년을 일했다. 2021년 말 금속노조 한국옵티칼 지회장에 당선되어서 2022년 1월부터 노조활동을 했다.”

―공장에 남아 농성 중인 노조원들이 회사 쪽의 단수 조처에 대해 긴급구제신청을 한 것에 대해 이충상 상임위원은 “노조 사무실의 출입이 자유롭기 때문에 수도를 공급하지 않는 구미시가 인권침해자가 아님이 너무 명백하다”고 말했다.

“기사를 보고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인권위원을 떠나서 어떻게 사람이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수 있나 충격을 받았다. 불쌍한 노동자를 위해서라는 발언은 대단히 모욕적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불쌍하니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다. 인권의 보편적 권리, 존엄을 지킬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인권위원의 역할은 바로 모두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가 침해될 때 그것을 바로잡는 사회적 감시자여야 하고, 그것도 인권 감수성이 아주 예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성장에 직접 와서 하루만 살아 보라고 해보라. 농성장에 상주하면서 단수 조치로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 뼈저리게 알게 될 거다. 본분을 모르는 사람에게 역할을 맡기면 제도가 망가진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건 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불행이다.”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회장과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가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10층 인권조정상담센터에서 이충상 상임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회장과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가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10층 인권조정상담센터에서 이충상 상임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단수 조치 이후 겪는 어려움을 좀 더 설명해달라.

“조합원 중 절반이 여성이다. 물이 없어서 아픈 배를 움켜쥐며 화장실을 찾아 뛰어본 경험이 있는지 묻고 싶다.”

―단전 위협도 받고 있다고 들었다.

“한전(한국전력)에서는 지속적으로 단전하겠다고 찾아오고 있다. 회사가 계속 단전을 요구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회사는 두 달째 요금도 내지 않아서 11월25일까지 요금이 미납되면 위험하더라도 강제로 전기를 끊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인권위에 단수는 노조 탄압을 위해서가 아니라 누수로 인해 한 조치라고 했다. 앞뒤가 안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굳이 단전을 집요하게 한전에 요구할 이유가 없으니까.”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 남은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 최현환 제공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 남은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 최현환 제공
―상당수 노조원들이 희망퇴직을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 17명이 희망퇴직을 거부했고, 이중 13명이 끝까지 남아 투쟁하고 있다.

“노동자의 존엄을 지키는 거다. 한 조합원은 청춘을 바치고 일하면서 작업장 소음으로 한쪽 귀가 잘 안들리는 것도 모른 채 일했다.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그만큼 강했다. 2019~2020년 두번의 희망퇴직을 했을 때 많은 동료들이 떠나는 걸 봤고, 본인 스스로 회사와 동료들을 위해 희망퇴직을 했다. 그런데 어이가 없는 건 회사가 사람을 너무 많이 잘라서 희망퇴직했던 사람들을 다시 입사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그때 회사 부사장은 다시 희망퇴직을 하게 되면 자신부터 먼저 나가겠다고 했다. 빈말이었다. 지금은 청산인이 되어 매주 공장에 온다. 세번씩이나 희망퇴직이라는 가면을 쓰고 사람을 쓰다버리는 행위에 대한 분노. 그게 싸우는 이유다.

―올해 1월부터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장의 하루는 어떤지.

“벌써 1년이다.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 농성장을 차린 후 지금까지 잘 버텨온 것 같다. 제일 힘든 건 아무래도 집안을 돌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농성장의 하루는 바쁘다. 아침 6시반에 기상해서, 출근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우리 상황을 알리는 선전활동을 매일 한다. 8월 이후부터는 공장을 지키는데 집중해 정문을 지키는 조합원도 있고, 연대 오시는 분들도 많아서 간담회도 하고, 집회도 하고, 빡빡하게 하루가 돌아간다. 조합원들은 가압류도 당하고, 단수도 당했지만 더 마음을 다잡게 된 것 같다.”

―손배가압류도 진행중인가?

“그렇다. 회사쪽은 지난 8~9월 법원에 5명의 노동자에게 4000만원씩의 부동산압류 2억원, 또 다른 5명에게는 전세임대차보증금 4000만원씩 2억원의 가압류를 걸었다. 도합 10명이다. 아직 회사 철거계획은 승인이 나지도 않았는데 재판부가 가압류를 허용했다. 노동자들의 행위에 대해 이미 불법이라 단정하고 너무나 쉽사리 손배가압류를 받아들였다. 손배가압류로 인해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저항했음에도 이런 야만적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노조원들은 공장 재가동과 평택 공장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공장 재가동은 너무 무리한 주장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드물긴 하지만 공장에 불이 나는 곳이 있다. 그러나 옵티칼처럼 불이 났다고 다 폐업하지는 않는다. 더욱이 화재보험금 1300억원이면 재가동 충분히 가능하다. 재가동이 정말 힘들다면 니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한국니토옵티칼로 고용을 승계하라는 것이다. 화재가 발생하고 한 달 동안 우리 조합원이 니토옵티칼에서 우리가 생산하던 엘지디스플레이 물량 만들 수 있도록 검사방법을 가르쳤다. 그런데 거기로 물량만 가져가고 고용승계는 안된다고 한다. 니토옵티칼에서 엘지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30명을 신규채용했다는 왜 우리 12명은 고용승계가 안된다는 거냐. 법인이 다르다고 하는데, 편리한 변명이다.”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 단수조치가 취해진 지난 9월8일 노동자들이 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최현환 제공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 단수조치가 취해진 지난 9월8일 노동자들이 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최현환 제공
―회사 쪽과는 아직도 협상의 여지가 있는가. 어떻게 대화를 이어가는 중인가.

“노조 쪽은 언제든 대화로 고용문제를 풀 수 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사쪽은 대표가 아닌 노무사한테 위로금만 협의하도록 위임하고 어떤 대화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부사장은 공장 앞에 와서 ‘대화는 없다’며 공공연히 말한다. 10월 초에 일본 원정 투쟁을 가서 본사를 방문했더니 ‘한국 변호사와 얘기하라’고 한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얘기하라는건데 그들은 법적인 사항만 맡고 있다. 결국 고용문제는 폐업을 결정한 니토덴코가 직접 나서야 해결 가능하다.”

―지난 9월 단수에 대한 긴급구제신청을 했으나, 송두환 위원장과 김용원 이충상 남규선 상임위원 4명이 있는 상임위원회에서 두 명이 반대하며 논의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나.

“인권위가 인권지킴이 역할을 포기했다고 생각한다. 2020년 대구 재개발 철거현장의 단전·단수에 대해 긴급구제를 결정한 적이 있다. 앞선 사례를 묵살하는 건 퇴행이다. 인권의식 없는 위원들이 인권위를 퇴행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 상임위원회에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자 인권침해 사안으로 다시 진정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인권위 상임위원들도 하루만 집에 물을 끊고 생활해 보시라. 물은 단순히 먹는 게 아니라 생명수다.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데 진정성 있는 논의가 되어야 한다. 인권위 정상화는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인권단체, 시민단체 등과 함께 끈질기게 대응해 나갈 것이다.”

―한국옵티칼에 대해, 그리고 지금 진행중인 노조원들의 농성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옵티칼은 일본기업 닛토덴토가 구미4공단에 설립한 회사다. 엘시디(LCD) 편광필름을 만들어 엘지디스플레이에 납품해 왔다. 한국옵티칼은 50년간 외국인투자기업으로 토지무상임대와 법인세, 취득세 감면 등의 특혜를 받으며 18년간 해마다 수백억원의 흑자를 낸 기업이다. 그러나 불이 나자 회사는 한 달만에 문자로 폐업을 일방 통보했다. 알고 보니 옵티칼 물량을 전부 평택 니토옵티칼에서 생산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의 생존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한국옵티칼지회의 농성이 생존권 차원을 넘어 한국사회에서 갖는 의미가 무엇이라 보는지.

“우리 싸움은 닛토덴코 자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한 언제든 재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외투기업의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재갈을 물리는 손배가압류도 폐지해야 한다. 우리는 외투기업 먹튀 방지와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파업 책임에 비례해 청구하는 내용으로의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함께 투쟁할 것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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