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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구속영장 4전4패…피의자들도 공수처는 안 무서워한다

등록 2023-11-10 06:00수정 2023-11-10 11:45

[뉴스AS]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건물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건물의 모습.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0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로 감사원 3급 간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공수처 출범 이후 청구한 4건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공수처 수사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되고 있다. 공수처가 ‘존재 가치’를 입증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의 임기 만료가 내년 1월 말로 다가왔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를 받는 감사원 3급 공무원 김아무개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피의자가 개입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 뇌물 액수의 산정에 있어 사실적 내지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김씨는 차명 회사를 만든 뒤 피감기관으로부터 억대 공사를 따내는 방식으로 1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감사원은 김씨가 2021년 9월 직무 연관성이 있는 건설업체 관계자와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적발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리고, 김씨가 업무 관련 금품을 받았다는 비위를 포착해 2021년 10월 공수처에 수사 의뢰했다. 공수처는 2022년 2월 김씨를 입건한 뒤 압수수색을 통해 감사원 내부 감사 자료를 확보했다.

하지만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데까지 1년8개월이 걸렸다. 적은 인력과 주임검사 이탈 등이 겹치면서 해당 사건이 후순위로 밀린 것으로 전해진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별수사는 1년 안에 해치워야 하는 데 2년이나 걸린 것은 그 자체가 ‘수사 미진’”이라고 지적했다.

공수처의 영장 기각 사례는 이번이 4번째다. 앞서 공수처는 2021년 고발사주 의혹으로 손준성 검사장을 두 차례, 올해 8월 뇌물수수 혐의로 김아무개 경무관을 한 차례 구속 시도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물론 구속 여부가 수사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1호 기소’ 사건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 수수 의혹 사건과 부산지검 전 검사의 고소장 분실·위조 혐의 사건에서도 연이어 ‘1심 무죄’ 성적표를 받은 상황이다. 현재까지 공수처 기소로 유죄가 선고된 사건은 없다.

수사에 대한 신뢰가 낮다보니 피의자들도 공수처 수사에 거침없이 저항한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로 수사 받고 있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미 4차례 공수처에 출석 거부 의사를 밝혔고, 5번째 소환 통보를 받은 상황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수사미진’ 의혹으로 수사 받았던 검사 3명 중 현직 검사 2명은 공수처 요구에도 불출석했으며 서면 조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고발인인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마저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의 역량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워낙 많았기에, 처음부터 법원을 설득한다는 생각으로 고발인과 고발인 의견서를 작성했었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수처 폐지’를 언급하기도 했으나 8일 국회에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꾸려지면서 폐지 수순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처장 인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한동안은 처장 인선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능력이 있으면서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사람 중에 선뜻 공수처장을 하겠다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는 유능한 인재가 가기 싫어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라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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