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전 의원.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가 논의 중인 소위원회 운영 방식 변경안과 관련해 인권위 법안 최초 대표발의자였던 이미경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법 제정 취지에 반한다’는 의견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3명의 소위 위원 중 한명만 반대하면 진정을 배척한다는 내용의 변경안이 통과되면 상당수 진정 사건이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인권위 안팎에서 제기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전날 해당 안건을 논의했고, 다음 달 18일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현재 여권 추천인사가 과반수라 통과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의원은 인권위 전원위원회가 해당 안건을 논의한 지난 27일 인권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해당 안건의 법) 해석은 법 제정 취지와 다르다”며 “인권위는 당사자 사이의 화해 및 조정 등을 통해 평화적 해결을 도모하도록 법에 명시했고, 따라서 소위원회 구성원 간에도 의견을 경청하고 설득하여 합의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인권위법의 취지”라고 밝혔다.
인권위법 13조2항은 “상임위원회 및 소위원회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한다. 인권위는 이 조항에 따라 소위원회(3인)에서 ‘3명 이상의 찬성’ 즉, 만장일치로 의결되지 않으면 ‘의결되지 않은 안건’으로 간주해 위원 전원(11명)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올려 안건을 심의해왔다. 2001년 11월 인권위 출범 이후 22년간 일관된 법 해석이었다.
각각 윤석열 대통령·국민의힘이 추천한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 등 여권 추천 상임위원 6명은 새로운 법 해석을 시도했다. 이들은 소위원회에서 1명이라도 반대하면 ‘의결되지 않은 안건’이 되고, 이런 안건은 전원위원회에 올릴 게 아니라 배척(기각 또는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10월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소위원회에서 의견 불일치 때의 처리’라는 안건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은 의견서에서 “‘위원회’ 형태이므로 전원위원회 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전원위원회가 소위원회에 일부 업무를 위임하기 때문에 소위원회의 결정이 곧 위원회의 결정이 된다. (따라서) 소위원회는 의견을 합치하기 위해 조정과 협의를 하지만 결정하지 못한 사안은 전원위에서 의결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날 전원위에서는 법학 교수들로 구성된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인권위 존재 부정하는 ‘기각 편의주의’”라는 제목으로 낸 비판 의견서도 상임위원들에게 공유됐다. 연구회는 “(김용원 위원 등) 6인 안은 위원 한 사람의 편견과 독단에 따라 인권침해 진정을 기각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기각 편의주의는 인권은 경시하고 위원의 권한만 강화하는 반인권적인 위헌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2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소위원회 관련 논쟁은 대단히 중요한 이슈다. 지금까지 합의제 기구가 어떻게 운영되는가에 대해 인권위가 모범을 보여왔는데, 그 반대편으로 분명히 후퇴하려는 것이다.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열린 전원위는 해당 안건을 논의한 끝에 6대5로 12월18일 열리는 전원위에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현재 전원위는 전체 11명 중 대통령과 여당 추천이 6명으로 절반을 넘는 구조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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