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주도 의혹을 받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9일 오전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 핵심 인물인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수사 착수 1년 4개월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의 진술을 분석하는 대로 최재해 감사원장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9일 오전 10시께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에 출석한 유 사무총장은 이튿날 새벽 1시9분께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나왔다. 조사 시작 15시간 만이다. 유 사무총장은 취재진 질문에 “자세히 말하기는 뭣하다. 감사 시스템에 대해서 아주 성실하게 설명했다”라고 답했다. ‘표적 감사’ 의혹은 어떻게 소명했는지, 추가 소환조사 요청을 받았는지 등에는 답하지 않았다.
공수처 특별수사본부(부장 이대환)는 360여쪽에 이르는 질문지를 준비해 유 사무총장의 혐의 전반을 캐물었다. 조사에는 차정현 부장검사가 직접 투입됐다. 유 사무총장 쪽에서는 변호사 2명이 입회했다. 유 사무총장은 상당수 질문에 의견서나 진술서 제출로 갈음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사무총장은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5차례 불응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유 사무총장은 소환 불응에 대해서는 “(공수처의) 통보 방식 자체가 위법”이라며 ‘시간 끌기’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공수처는 당초 내년 1월20일로 끝나는 김진욱 공수처장 임기 내에 사건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그 안에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공수처 관계자는 “유 사무총장 출석이 많이 미뤄지면서 전체적으로 수사 일정이 늦어졌다”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날 진술 내용을 분석한 뒤 유 사무총장을 다시 불러 조사할지,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 감사원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여러 건의 제보를 받아 약 10개월 간 감사를 진행한 뒤 지난 6월 결과보고서를 공개했다. 전 전 위원장은 사퇴 압박을 목적으로 허위제보를 바탕으로 이뤄진 표적 감사라고 반발하며 지난해 12월 최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 권익위 관계자 ㄱ씨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논란은 감사 결과 발표 뒤 더 커졌다. 이번 사건의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의 열람을 거치지 않는 등 감사위원들의 제대로 된 의결 없이 결과보고서가 결재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주심 패싱’ 논란이 벌어지자 전 전 위원장은 지난 6월 감사원 관계자들을 공수처에 추가 고발했다. 국회, 시민단체 등의 고발도 이어지면서 공수처에 접수된 관련 고발만 2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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